(런던=연합뉴스) 황정우 특파원 = 도날트 투스크 유럽연합(EU) 정상회의 상임의장은 브렉시트(영국의 EU 탈퇴) 협상에서 영-EU 미래 관계에 관한 2단계 협상을 시작할 만큼 충분한 진전은 이뤄지지 않았다고 평가했다.
투스크 의장은 26일(현지시간) 오후 영국 런던의 총리집무실에서 테리사 메이 총리와 면담한 뒤 기자들에게 "이른바 '충분한 진전'이 있다면 영국과 미래 관계를 논의할 것이다. 양측이 (협상을) 열심히 하고 있지만 아직은 충분한 진전은 없다. 하지만 우리는 이를 위해 힘쓸 것"이라고 말했다.
EU 정상들은 이른바 이혼합의금, 상대측에 거주하는 자국민의 권리 보호, 북아일랜드 국경 등 영국의 EU 탈퇴조건들을 의제로 삼은 1단계 협상에서 '충분한 진전'을 거둔 후에야 영-EU FTA 등 미래 관계에 관한 협상을 시작한다는 원칙을 정한 바 있다.
다만 투스크 의장은 "지난주 메이 총리 연설의 건설적인 어조는 양립할 수 없는 두 가지를 한꺼번에 가지려는 생각이 마침내 끝나가고 있음을 보여준다"며 "영국의 브렉시트에 관한 어조의 변화는 좋은 뉴스"라며 환영했다.
나중에 메이 총리는 BBC 방송에 "협상이 진전되고 있다는 점에 투스크 의장과 의견을 같이했다"고 말했다.
지난주 메이 총리는 연설을 통해 2019년 3월 브렉시트 이후 2년간 이행 기간을 두자고 제안했다. 이 기간 과거 약속했던 EU예산을 책임지고 EU 최고 법원인 유럽사법재판소(ECJ) 관할권과 EU 시민 이동의 자유를 포함한 EU 법규도 유지하겠다고 밝혔다. 대신 EU 단일시장과 현 조건으로 교역하는 것을 제안했다.
하지만 전날 데이비드 데이비스 브렉시트협상 영국 대표는 4차 협상 첫째날 협상을 마친 뒤 기자회견에서 과거 약속했던 EU예산 책임 약속은 FTA 관계의 조건임을 분명히 했다.
그는 기자회견에서 "이 문제(이혼합의금)에 대한 결론 도달은 새로운 깊고 특수한 영-EU 파트너십 관계의 맥락에서만 이뤄질 수 있다"고 말했다.
이런 가운데 영국 일간 더타임스는 앙겔라 메르켈 총리의 입지가 약화된 독일 총선 결과로 EU가 브렉시트협상에서 공동 입장을 신속히 정리하기 어려울 것으로 보고 있다는 영국 정부 내 분위기를 전하면서 브렉시트협상이 수개월 늦춰질 것 같다고 내다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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