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재 공정률 45%…2035년 시험 운전, 2055년는 전력공급 가능
(카다라슈=연합뉴스) 신선미 기자 = 프랑스 남부 마르세유 공항에서 한적한 길을 따라 차로 1시간 30분을 달리면 색다른 분위기의 소도시 카다라슈(Cadarache)가 나온다.
프랑스 원자력연구의 진원지로 꼽히는 이곳은 미래 에너지 연구현장으로 거듭나려는 움직임으로 분주하다. 국제핵융합실험로(ITER·International Thermonuclear Experimental Reactor)를 짓기 위해 대형 크레인들이 끊임없이 건물 자재를 옮기고 안전모를 쓴 사람들이 줄지어 다닌다.
26일(현지시간) ITER 사업단은 한국·미국·러시아·일본·중국·인도 등 6개국과 유럽연합(EU) 등 회원국 기자들을 대상으로 '프레스데이' 행사를 열고 ITER 건설 현장을 공개했다.
60만㎡ 부지 한가운데는 핵융합실험로가 들어설 건물이 보였다. 지하 2층, 지상 4층짜리 건물은 현재 지상 2층까지 건설된 상태다. 공정률로 따지면 45%가 진행됐다. 콘크리트 벽의 두께는 3m에 이른다. 실험로에서 나올 수 있는 중성자를 차폐하기 위해 두껍게 만들었다.
건물 한가운데는 원형의 텅 빈 공간이 존재했다. 높이 30m, 폭 30m에 무게가 2만3천t이나 되는 핵융합실험로 본체가 들어갈 부분이다.
라반 코브란츠 ITER 홍보책임자는 "지금 이곳은 1억5천만℃까지 치솟는, 세상에서 가장 뜨거운 장소가 될 것"이라고 소개했다.
핵융합발전은 수소 동위원소를 원료로 삼는다. 중수소와 삼중수소를 충돌시키고 이때 발생하는 에너지로 전기를 얻는다. 핵분열을 기반으로 하는 기존 원자력발전과는 다른 원리다. 핵융합 과정을 이용해 에너지를 얻는다는 점에서 태양과 마찬가지여서 ITER는 '인공태양'이라고 불린다.
핵융합 에너지는 원자력발전처럼 사용후핵연료가 나오지 않는데다, 핵융합연료 1g으로 석유 8t에 해당하는 에너지를 생산할 수 있어 '미래 에너지원'으로 기대를 모으고 있다.
이런 '인공태양'을 땅 위에 구현하기 위해 시작된 사업이 ITER다.
계획의 시초는 1985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당시 로널드 레이건 미국 대통령과 미하일 고르바초프 소련 서기장이 정상회담 때 이 사업을 추진하기 위한 공동성명을 채택했다.
설계는 2001년 완료됐으며, 2005년 프랑스 카다라슈에 부지가 마련됐다. 이어 실제 핵융합실험로를 건설하기 위한 공식기구가 2007년 출범했으며, 2025년 실험로 를 가동할 수 있도록 한다는 목표를 세우고 건설 공사를 진행하고 있다.
사업비는 19조원 이상이다. 프랑스·독일 등 EU 국가들이 전체 예산의 45.5%를, 나머지 회원국들이 9.1%씩을 부담키로 했다.
사업이 예정대로 진행되면, 2025년에 플라즈마를 발생시키고 2035년에는 실제 핵융합 반응을 일으켜 시험 운전을 시작할 계획이다. 실험로가 성공적으로 작동한다면 2055년부터는 핵융합발전으로 전력공급이 가능해질 것이라는 게 ITER사업단의 기대다.
하지만 ITER 프로젝트 성공을 위해서는 플라즈마 안정화와 내방사능 소재개발 등 여전히 극복해야 할 기술적인 난제들이 있다.
이에 대해 정기정 ITER 한국사업단장은 "핵융합발전은 화력발전과 원자력발전을 대체할 수 있는 '미래 에너지원'인 만큼, 충분한 가치가 있는 연구라고 생각한다"고 밝혔다.
sun@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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