채용비리 보강수사 박차…정·관계 로비 의혹으로 확대 가능성
(서울=연합뉴스) 고동욱 이보배 기자 = 한국항공우주산업(KAI)의 경영비리를 수사하는 검찰이 채용비리 의혹과 관련해 친박계 무소속 이정현 의원의 동생인 방송사 간부를 소환해 8시간 동안 조사했다.
27일 검찰에 따르면 서울중앙지검 방위사업수사부(이용일 부장검사)는 이날 오전 10시께 모 방송사 부국장 이모씨를 출석시켜 오후 6시께까지 조사했다. 이씨는 참고인 신분으로 조사받은 것으로 알려졌다.
조사를 마치고 나온 이씨는 "형과는 아무런 관련도 없다"면서 "왜 자꾸 형하고 결부 지어 형을 기스(흠) 내려고 하는 것인지 불쾌하다"며 목소리를 높였다.
그는 "형은 하 전 대표와 전혀 모르는 사이지만 나는 하 전 대표와 대학교 선후배 사이로 오래된 사이"라고 설명했다.
이씨는 "혼자 사시는 이모 좀 기쁘게 해드리려고 하는 단순하고 순진한 생각으로 (하 전 대표에게) 전화 딱 한 번 한 것이 이렇게 커져 버린 것"이라면서 "사회적으로 문제가 되고 마치 큰 죄나 지은 것처럼 몰아가고 있다"며 불만을 내비쳤다.
이어 "호남 출신이 불이익을 굉장히 많이 받았다고 들어 최종 면접 단계 이런 데서 조금이라도 이익을 줄 수 있으니…(전화한 것)"라면서 "'전화=합격'이라곤 꿈에도 생각해본 적이 없다. 회사 신입사원 뽑을 때 사장 마음대로 하는 것은 불가능하지 않으냐"고 반문하기도 했다.
그는 마지막으로 "지금까지 살아오면서 형한테 피해 안 주는 게 최대의 목표였다. 형 팔아서 무엇을 한다는 소리를 가장 듣기 싫어했다"면서 "이번 일로 형에게 너무도 큰 상처를 줘서 면목이 하나도 없다"고 말한 후 청사를 빠져나갔다.
검찰에 따르면 KAI는 2015년 무렵부터 공채 지원자의 서류를 조작하는 등의 방식으로 서류전형을 통과하지 못한 11명을 정규직 사원으로 채용했다는 의혹을 받는다.
채용된 인물 중에는 이씨의 조카가 포함된 것으로 알려졌다.
검찰은 KAI 경영비리의 정점으로 의심받는 하성용 전 대표가 이씨로부터 청탁을 받아 이모 경영지원본부장(상무)에게 채용을 지시한 것으로 보고 있다.
하 전 대표는 채용비리와 분식회계, 횡령 등 혐의로 지난 23일 구속됐다.
검찰은 하 전 대표가 구속된 후 처음으로 25일 소환조사를 한 데 이어 인사를 청탁한 인물들을 불러 보강수사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검찰은 특히 채용비리가 하 전 대표의 연임 로비와도 관련이 있는지 확인할 방침이다.
검찰은 수사대상에 제한을 두지 않겠다는 입장이어서 향후 수사 성과에 따라 하 전 대표의 개인비리를 넘어 연임을 위한 정·관계 로비 의혹으로 뻗어 갈 수 있다는 전망도 조심스레 제기된다.
검찰 관계자는 "현재로써는 이씨의 형인 이의원을 소환할 계획은 가지고 있지 않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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