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자체 재량사업 따내면 브로커 40%, 의원이 10∼15% 먹어"

입력 2017-09-27 15:42   수정 2017-09-27 16:19

"지자체 재량사업 따내면 브로커 40%, 의원이 10∼15% 먹어"

재량사업비, 주민숙원사업 명목 지방정부 예산이 지방의원 쌈짓돈

브로커와 짜고 나눠 먹기…관행 빙자한 지방의회 모럴 해저드 전형

(전주=연합뉴스) 김동철 기자 = "브로커는 수주액의 40%, 이 중 의원이 10∼15%가량 먹습니다."

지방의원 재량사업비 비리로 구속기소 된 브로커 김모(54)씨가 검찰 조사에서 한 진술이다.

검찰의 지방의회 재량사업비 수사 결과를 보면 뇌물수수 수법과 비리 내용은 충격적이다.

전주지검은 최근 뇌물수수 등의 혐의로 전·현직 전북도의원 4명과 전주시의원 2명, 브로커 등 21명을 재판에 넘겼다. 이 가운데 4명은 구속기소 됐다.

재량사업비란 지자체에서 지방의원 몫으로 일정 금액의 예산을 편성해 주민숙원사업 해결 등의 용도로 사용되는 예산이다.

의원들이 '쌈짓돈'처럼 쓸 수 있어 투명한 절차를 거치지 않고 선심성 사업이나 대가성 사용에 사용됐다.

전북도는 감사원으로부터 재량사업비 예산을 폐지하라는 지적을 받고 2012년부터 명목상으로는 폐지했지만, 관행은 이어졌다.


수사 결과는 비리에 오염된 풀뿌리 민주주의의 참담한 현실을 확인시켜줬다.

기소된 전·현직 지방의원들은 초·중·고교 교단환경 개선과 의료용 온열기 설치, 아파트 체육시설·태양광 가로등 설치, 지자체 운동기구 구매 등 각종 숙원사업을 해결해 준다는 명목으로 브로커와 결탁했다.

의원과 일면식도 없던 설치업자는 브로커를 통해 사업을 수주했다.

리베이트는 브로커를 통해 의원들에게 건네졌다.

지역구민에게 쓰여야 할 재량사업비는 온통 청탁성 뇌물로 버무려졌다.

뒷돈을 대가로 사업을 몰아줬으니 예산편성과 집행의 투명성은 애초부터 거리가 멀었다.

한 전직 도의원은 자신의 회사 계좌로 돈을 챙기면서 판매이익으로 가장하는 파렴치한 모습을 보였다.

일부 의원은 "재량사업비 리베이트는 지방의회의 오랜 관행으로, 원칙적으론 안 되지만 부정행위로 보는 것도 문제가 있다"고 진술했다.

면피성 발언이라고 해도 공직자로서의 양식을 의심하지 않을 수 없는 대목이다.


조사 결과 도의원 1인당 5억5천만원, 시의원 1인당 1억원 등의 재량사업비 예산이 편성·집행된 것으로 드러났다.

검찰 관계자는 "이번 수사로 지방의원들과 사업 수주업체 또는 브로커들 간의 구조적 비리를 밝혀내 엄정 처리했다"면서 "수사 과정에서 전북도와 전주시가 재량사업비 예산을 폐지하겠다는 입장을 보였다"고 말했다.

sollenso@yna.co.kr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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