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어머니와 장보기는 기본…차례상 올릴 음식 줄줄이 꿰고
여행가고 친정 가고…변화하는 명절 풍속도
(전국종합=연합뉴스) 경기도에 사는 다문화가정 며느리 김숙자(45·가명)씨는 이제 명절 준비가 두렵지 않다.
송편, 녹두전, 두부전, 소고기 적 등 떡과 전류는 물론 고사리, 숙주나물, 시금치 등 나물류와 사과, 배, 감 등 차례상에 올려야 할 음식을 줄줄이 꿰고 있다.
1995년 베트남에서 한국에 온 뒤 1998년 한국인과 결혼해 자녀 셋을 둔 그는 지금까지 20년째 추석 명절을 맞다 보니 차례상 차리는 데는 도가 텄다.
웬만한 한국인 며느리보다 낫다고 가족들이 이구동성으로 말한다.
김씨도 처음에 시집 왔을 때는 할 일이 너무 많아 무척 힘들었다.
무엇을 어디서부터 해야 할지 감도 못 잡았고 다 먹지도 못할 음식을 왜 이렇게 많이 차릴까 하는 생각이 든 적도 있다.
그러나 지금은 조상님께 올릴 차례상을 넉넉히 차리고 복을 비는 풍습을 누구보다 잘 이해하고 있다며 웃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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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시어머니와 장보기는 기본
올해 초 베트남에서 경북으로 시집온 박순이(32·가명)씨는 처음 맞는 추석 명절을 앞두고 최근 시어머니와 함께 장을 봤다.
가까운 전통시장에서 소고기, 조기, 문어, 시금치, 사과, 배 등 차례 음식을 하나하나 장만하는 재미가 여간 아니었다.
7년 전에 먼저 시집온 손아래 동서도 함께하니 별로 힘이 들지 않았다.
전이나 부침개, 나물 등 베트남에서는 못 보던 음식을 만들 거라는 얘기에 벌써 음식 맛이 어떨지 궁금해진다.
박씨는 "시어머니, 동서와 시장가서 이것저것 장을 보다 보니 시간 가는 줄 몰랐다"며 "명절이 참 좋은 것 같다"고 말했다.
시어머니 김모(72)씨는 "새 며느리가 첫 추석을 잘 치러낼 수 있을지 솔직히 좀 걱정이 되지만 즐거워하는 모습을 보니 안심도 된다"며 웃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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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영락없는 한국 며느리
강원도에 사는 한지은 (29)씨는 2009년 베트남에서 한국으로 시집온 뒤 신혼 초기 1년가량 경기도 시댁에서 같이 지냈다.
지금은 따로 살지만, 명절이면 매번 시댁으로 간다.
제사는 큰댁에서 지내는데 도착하자마자 두 손 걷어붙이고 부엌으로 가 음식을 나르는 등 차례상 준비를 돕는다.
차례가 끝나면 음식을 물리고 난 뒤 식사 준비를 하고 설거지와 다과상 차리기 등 바쁜 하루를 보낸다.
한씨는 "매년 보는 모습이지만 아직도 제사음식이 좀 지나치게 많은 게 아닌가 싶은 생각이 든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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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우리도 힘들어요"
강원도에 사는 김은숙(38·가명)씨는 2006년 베트남에서 한국에 시집와 슬하에 자녀 3명을 두고 있다.
시댁은 명절 포함해서 1년에 제사가 10개나 있는 집안이었다.
1년 내내 제사 준비에 시달리다 보니 어깨, 허리 등 온몸이 아팠다.
다행히 3년 전부터는 제사를 5개로 줄여 한시름을 놓았다.
김씨는 "명절에 힘들게 일하다 보면 스트레스를 받는데 수고했다는 남편 한 마디에 피로가 가신다"고 수줍게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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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여행가고 친정 가고…변하는 풍속도
경기도에 사는 김지윤(28)씨는 2012년 한국으로 시집온 6년 차 다문화가정 며느리지만 시댁에서 명절을 쇠지 않아서 가족과 여행을 떠날 계획이다.
올해에는 남편과 두 살 난 아들, 베트남에서 온 친정어머니와 함께 강원도 구경에 나선다고 했다.
중국에서 시집와 전북에서 사는 주아난(32·가명)씨는 자식을 다 출가시키고 쓸쓸하게 명절을 보낼 중국 친정 부모님이 마음에 걸려 추석 때마다 짐을 꾸린다.
시댁이 기독교 집안이라 제사를 지내지 않기에 가능한 일이다.
시집온 첫해부터 명절이면 친정으로 떠났기 때문에 명절 스트레스가 뭔지 잘 모른다.
주씨는 "시댁 부모님이 시집온 첫해부터 명절에 친정 가는 며느리를 그리 탐탁지 않게 생각하셨던 것 같다"며 "하지만 지금은 누구보다 잘 이해해 주고 명절 음식까지 챙겨주신다"고 밝혔다.
(강영훈 임채두 이상학 김용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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