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붕어빵 신고서' 거르지 못한 탓…"허위 기장 검증 시스템 갖춰야"
(서울=연합뉴스) 김남권 기자 = 국세청이 '비리 세무사'가 대리해 제출한 자료를 부실하게 검증한 결과 4천 명 이상의 사업자가 뒤늦게 세금 폭탄을 떠안게 됐다고 자유한국당 심재철 의원이 28일 밝혔다.
세무사 A 씨가 수임해 세무서에 제출한 500여 장의 표준 손익계산서를 심 의원실이 분석한 결과, A 씨가 기장(記帳) 대리한 신고서에는 국내접대비가 대부분 '1천196만 원'으로 똑같이 기재돼 있었다.
신고서의 기부금 항목도 빠짐없이 '0원'으로 처리됐다.
A 씨는 2011~2015년 사업자들이 준 자료와는 달리 임의로 장부에 기재해 세무서에 제출할 종합소득세 자료를 만들었다고 심 의원은 설명했다.
이 과정에서 특정 항목의 금액이 지나치게 높지 않도록 복리후생비, 여비교통비, 광고선전비, 차량유지비, 지급수수료, 소모품비, 기타 등 여러 항목에 금액을 분산시켜 공제를 받는 방식 등으로 당기순손익을 낮춰 신고를 대신해 준 것으로 알려졌다.
서류상의 수치를 그대로 인정한 국세청은 과세 처분을 내렸고 A 씨에게 대리 기장을 맡긴 4천324명이 '절세' 혜택을 봤다.
심 의원은 "지난해 서울지방국세청이 학원 강사 프리랜서에 대해 세무조사를 하던 중 A 씨의 개인 탈루를 발견했고, 조사 과정에서 A 씨가 처리한 신고서의 오류를 찾아냈다"고 설명했다.
뒤늦게 이 같은 '거대 비리'를 발견한 국세청은 이후 A 씨에게 기장을 의뢰한 사업자들에게 종합소득세는 물론 가산세까지 포함해 많게는 수억 원에 이르는 세금을 부과했다.
A 씨는 2015년 5월 세무사법의 성실의무 위반으로 과태료 650만 원 처분을 받은 적이 있다는 점에서 국세청이 A 씨가 대리한 신고서를 사후 검증했다면 수많은 허위 신고를 충분히 막을 수 있었다는 게 심 의원의 지적이다.
심 의원은 "국세청이 사실상 상대적으로 소액 환급금액 또는 소액 납세 부분에 대해서는 사후검증을 잘 하지 않는다는 점을 A 씨가 노렸다"며 "국세청이 비리 세무사에 대한 사후검증 부실 책임을 납세자에게 모두 전가하는 것은 잘못된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이어 "국세청은 크게 구멍 뚫린 세무사의 허위 기장에 대한 사후검증 시스템을 조속히 정비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kong79@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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