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확기 쌀 수급안정 대책 발표…시장격리 물량 역대 최대
'100만t 매입' 농민단체 요구보다는 낮아…"후속조치 마련돼야"
(세종=연합뉴스) 정빛나 기자 = 정부가 20년 전 수준으로 폭락한 쌀값을 안정시키기 위해 올해 수확한 햅쌀 72만t을 매입하기로 했다.
올해 초과 생산되는 양보다 많은 쌀을 한꺼번에 사들여 쌀 과잉 공급을 막고 가격을 끌어올리겠다는 것이 핵심이다.
농림축산식품부는 28일 이낙연 국무총리 주재로 열린 국정현안점검조정회의에서 '수확기 쌀 수급안정 대책'을 확정했다고 밝혔다.
이번 대책은 내달 초 시작될 본격적인 쌀 수확철을 앞두고 작년보다 8일가량 앞당겨 발표됐다.
올해 정부가 매입하기로 한 신곡(햅쌀) 물량은 공공비축미 35만t과 추가 시장격리 물량 37만t 등 총 72만t이다.
이 가운데 시장격리 물량은 작년(29만9천t)보다는 약 7만t 많고, 수확기 격리량으로는 역대 최대 수준이다.
아직 통계청의 공식 쌀 생산량과 수요량은 발표되지 않았지만, 작년 쌀 초과생산량이 약 30만t이었던 점을 고려할 때 올해 처음으로 초과생산량보다 많은 양이 매입될 전망이다.
농식품부는 여기에 올해 쌀 생산량이 작년(420만t)보다 감소할 전망이어서 시장격리 효과가 클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시장격리 물량 매입은 내달 중 국무회의 의결을 거쳐 지방자치단체에 통보되고, 공공비축미와 함께 연내에 마무리하겠다고 농식품부는 밝혔다.
김영록 농식품부 장관은 전날 정부세종청사에서 사전브리핑을 갖고 "과거에는 초과생산량 이상으로 매입된 경우가 한 번도 없었고, 격리 자체도 여러 차례에 나눠 한 경우도 있어 매입 효과가 제한적이었다"며 "아직 공식 생산량 추계가 발표되진 않았으나 올해 시장격리 물량은 초과수요량을 뛰어넘는 수준으로 판단하고 있다"고 말했다.
김 장관은 그러면서 "충분한 물량을 격리했으므로 쌀 가격 안정에 도움이 될 것"이라고 기대했다.
정부는 공공비축미 매입 제도도 대폭 개선하기로 했다.
공공비축미는 양곡 부족으로 인한 수급불안과 천재지변 등 비상시에 대비하기 위해 정부가 시장가격에 매입하는 쌀이다.
농식품부는 산지 쌀값과의 연계를 줄이고 민간의 자율적 가격 결정을 유도하기 위해 올해는 공공비축미를 매입할 때 우선지급금을 주지 않기로 했다.
다만 농가의 자금수요 등을 고려해 11월 중 일부 금액을 산지 쌀값과 연계하지 않고 정액으로 지급하는 방안을 추가 검토 중이다.
정부 매입과 별개로 민간의 벼 매입 확대를 촉진하기 위해 정부와 농협의 융자 지원 규모도 총 3조3천억 원(정부 1조4천억 원·농협 1조9천억 원)으로 작년보다 3천억 원 늘렸다.
농식품부는 수확기 쌀값 하락을 부추기는 밥쌀용 수입도 최소화하는 한편 수입 밥쌀(중·단립종) 판매 중단 조치를 작년보다 앞당겨 시행한다.
8월 말 현재 206만t에 달하는 정부 쌀 재고량 소진을 위해서는 48만t인 사료용 쌀 공급물량을 내년도 75만t 내외로 대폭 확대하는 한편 가공용 쌀 공급을 확대하기로 했다.
아울러 연내 식량원조협약(FAC) 가입 절차를 마무리해 연 5만t을 해외에 원조하는 등 쌀을 소진하기 위한 수요 발굴도 해나가겠다고 농식품부는 밝혔다.
정부가 이날 확정한 쌀 수매 규모 72만t은 농업계의 기대에는 못 미치는 수준이다.
그동안 농민단체들은 쌀값이 회복되려면 추가 시장격리 물량 50만t 이상 등 총 100만t을 정부에서 수매해야 한다고 요구해왔다.
김 장관은 "농업계 요구대로 100만t 수준을 매입 시 시장 안정을 해칠 수 있다는 지적이 있었고, 소비자 입장을 고려할 때 72만t은 충분한 물량이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이와 관련, 전국농민회총연맹 관계자는 "이전 정부보다는 전향적으로 정책을 추진한 것으로 평가한다"면서도 "수매량이 기대에 못미치고 수매 시기도 농업계 요구보다는 늦을 것으로 전망돼 쌀값을 끌어 올리는 데 한계가 있을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정부가 기준 가격을 설정해놓고 그 수준까지 회복되지 않으면 즉각 추가 조치를 하는 등의 후속조치가 조속히 마련돼야 한다"고 주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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