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들에게 미안하다"…수원 쓰레기 집 남매 친모 나타나

입력 2017-09-27 20: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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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들에게 미안하다"…수원 쓰레기 집 남매 친모 나타나

아동복지법 위반 혐의 입건 예정…경찰 "조사보다 치료에 주력"

(수원=연합뉴스) 강영훈 기자 = 집 안 가득히 쓰레기를 방치한 채 9살, 8살 연년생 남매를 두고 종적을 감췄던 친모가 발견돼 경찰이 조사하고 있다.

경기 수원남부경찰서는 아동복지법 위반 혐의로 A(30대·여)씨를 형사 입건할 예정이라고 27일 밝혔다.




A씨는 지난해부터 수원시의 한 3층짜리 임대주택에 살면서, 최근 수개월간 쓰레기를 치우지 않아 자녀인 B(9)군과 C(8)양 남매를 정서적으로 학대한 혐의를 받고 있다.

또 B군 남매가 치과 및 안과 치료가 필요하다는 것을 인식했음에도 별다른 조처를 하지 않는 등 방임한 혐의도 받는다.

경찰은 A씨가 약 5개월 전부터 술을 가까이하면서 자제력을 잃어 이런 일을 저지른 것으로 보고 있다.

신체적 학대 정황은 나타나지 않았다.

과거 이혼한 A씨는 별다른 직업이 없이 자녀들을 홀로 키워온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나 B군 남매가 쓰레기장을 방불케 하는 환경에서 자라고 있는 줄은 그 누구도 알지 못했다.

사건은 지난 12일 A씨가 집을 비운 사이, 마침 평소처럼 학교에 갔다가 집으로 돌아온 B군 남매가 집 문을 열 수 없어 외할아버지에게 도움을 요청하면서 드러났다.

외할아버지는 손자·손녀를 주말마다 데려다 돌보면서도 딸인 A씨가 집에 들어오지 못하게 해 내부 사정을 모르다가, 이때 집 안을 처음 본 것으로 전해졌다.

그는 주민센터와 경찰 등에 신고하고, A씨에게 연락해 자신이 신고했다는 사실을 알렸다.




이후 A씨는 B군 남매를 두고 종적을 감췄다가, 27일 오후 집 주변을 서성이던 중 제보를 받고 출동한 경찰에 의해 발견됐다.

A씨는 집을 나가 지인 집 등을 전전하다 되돌아온 것으로 전해졌다.

A씨는 경찰에서 "아이들에게 미안하다"고 진술했다.

경찰은 A씨에 대한 조사보다 치료가 우선이라고 보고 주민센터 등에 의뢰해 치료 지원 등을 안내할 방침이다.

경찰 관계자는 "정확한 진단이 내려져야 알 수 있겠으나, A씨는 술을 가까이하게 되면서 쓰레기를 치우지 않는 등 우울증 앓는 사람처럼 생활한 것으로 보인다"며 "A씨에게 병원 치료를 권유했으며, 지원 기관을 안내하는 등 조사보다는 치료에 주력할 방침"이라고 말했다.

이어 "B군 남매는 A씨에 대한 애정이 깊고, 함께 있고 싶다고 말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한편 B군 남매의 외할아버지로부터 이런 사실을 듣게 된 주민센터는 지난 20일 쓰레기로 가득 찬 집 안을 청소했다.




방 2칸, 거실, 화장실로 이뤄진 18평 남짓한 집 안에는 술병부터 컵라면 용기까지 온갖 쓰레기가 뒹굴었으며 악취가 진동하는 상태로, 청소 후 집 안에서 나온 쓰레기의 양은 5t에 달한다.

B군 남매는 현재 외할아버지의 보호 아래 학교에 다니면서 치료받고 있다.

kyh@yna.co.kr

(끝)





<저작권자(c) 연합뉴스, 무단 전재-재배포 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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