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이버 보안 강화' 명목과 달리 심리전단에서 차출
근무 중 박원순 공격·김병관 두둔 댓글…軍검찰 경고받아
(서울=연합뉴스) 김남권 기자 = 이명박 정부 시절 청와대가 국군 사이버사령부로부터 사이버 심리전 담당 요원 2명을 파견받아 경호처에서 근무시킨 것으로 확인됐다.
이 중 1명은 청와대 파견 근무 도중에도 지속해서 정치 댓글을 작성, 2015년 1월 사이버사의 선거 개입에 대한 수사가 이뤄졌을 때 군 검찰단으로부터 경고까지 받은 것으로 드러났다.
사이버사 요원의 청와대 파견은 김관진 전 국방부 장관이 승인한 사항이며, 이는 이명박 전 대통령과 김 전 장관이 2012년 총선·대선 국면에서 정치 댓글 공작을 한 사이버 활동이 직접 관여했다는 의혹을 뒷받침하는 증거가 될 수 있다.
28일 국회 국방위원회 소속 더불어민주당 이철희 의원이 국방부 등으로부터 제출받은 자료에 따르면, 사이버사 530 심리전단 소속 요원 윤모 주무관과 정모 하사는 2011∼2012년 청와대 경호처에서 파견 근무했다.
윤 주무관은 2011년 11월부터 2012년 6월까지 한 차례 파견 근무한 후 재임용돼 2013년 6월까지 연장 근무했다. 또 정 하사는 2011년 11월부터 2012년 6월까지 파견 근무했다.
당시 청와대 경호처는 "최근 스마트폰 보급과 SNS 사용자 증가 등으로 발생할 수 있는 경호 위협 요인에 대처하는 한편, 2012년 개최되는 핵안보정상회의 대비에 만전을 기하기 위해 사이버 안전 전문인력을 파견받고자 한다"고 국방부에 협조 요청했다.
이철희 의원이 앞서 공개한 2012년 3월 10일 자 '사이버사 관련 BH(청와대) 협조 회의 결과' 문건에 따르면 경호처는 사이버사가 작성한 '국내외 사이버 동향'과 '대응 작전 결과' 보고서를 매일 받는 청와대 조직 가운데 하나였다.
윤 주무관과 정 하사는 이런 경호처의 요청에 따라 '사이버 안전 전문요원'이라는 명목으로 청와대에 파견됐으나, 이들은 실상 사이버 심리전을 수행하는 530 심리전단 소속으로 사이버 보안과는 거리가 먼 비전문 인력이었다.
사이버 안전과 보안을 맡은 것이 530단이 아닌 510단이었다는 점을 고려할 때 청와대 경호처가 두 사람을 파견받은 이유도 사이버 보안 업무 등과는 무관했던 것으로 추정된다.
특히 윤 주무관은 청와대에서 근무하면서 인터넷에서 수일에 걸쳐 70여 건의 정치 댓글과 트위터 글을 직접 작성하기도 했다.
윤 주무관은 2012년 5월 '이 대통령 "종북세력 국민 지지 못 받을 것"'이란 제목의 기사에 '옳으신 말씀입니다! 종북세력이 국민의 지지를 받는다는 건 있을 수도 없는 일입니다'라는 댓글로 맞장구를 쳤다.
그는 또 이명박 전 대통령이 연평도 군부대를 방문하면서 통닭 1천 마리를 공수했다는 내용의 기사에 '오∼ 대통령 멋진데∼'라고 반색했다.
같은 해 6월 '군 "야당은 종북세력" 대선 앞 수상한 교육'이란 기사에는 "종북세력은 정치 사회 교육 각 분야에 존재하는 것 같다. 모조리 뿌리 뽑아야 한다"고 공격적인 댓글을 달았다.
윤 주무관은 근무 시간 중에 '"박원순은 퇴출당해야 한다"는 설문에 투표했다'며 링크를 남기거나 '제주해군 기지가 해적 기지라니 그러면 북한군이 아군인가'라는 내용의 트위터 글을 리트윗했다.
이런 활동은 대선 후에도 지속했다. 박근혜 정부 초대 국방부 장관으로 내정됐다 낙마한 김병관 후보자들 두둔하는 댓글과 트위터 글을 20건 이상 쓴 것이다.
윤 주무관은 사이버사의 선거 개입에 대한 군 검찰 수사가 이뤄진 후인 2015년 1월 말 군무원으로서 정치 댓글을 다수 작성한 사실이 적발돼 경고 조치를 받은 것으로 전해졌다.
이에 대해 이철희 의원은 "비전문가인 심리전단 요원의 청와대 파견은 다른 의도가 있어 보인다"며 "청와대가 사이버사가 일심동체가 돼서 군의 정치 관여 활동을 지원한 것이 아닌지 의심된다"고 말했다.
이 의원은 "이명박 전 대통령과 김관진 전 국방부 장관이 지난 수사 대상에서 석연치 않게 제외됐다"며 "지금이라도 윗선의 책임을 규명해 필요하면 처벌해야 한다"고 말했다.
hanjh@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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