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들버리 국제학연구소, 北 논문과 위성사진서 정황 증거 발견
(서울=연합뉴스) 권혜진 기자 = 북한 함흥의 한 화학섬유 공장에서 미사일 개발에 필요한 액체 연료인 '다이메틸 하이드라진'(UDMH)을 자체 생산하는 정황이 포착됐다고 뉴욕타임스(NYT)가 27일(현지시간) 보도했다.
UDMH는 로켓연료로 사용되는 맹독성 화학물질로, 2012년과 2014년 유엔 안전보장이사회의 대북 금수 품목에 포함됐다.
UDMH는 생산이 어려워 북한은 그동안 중국과 러시아로부터 이를 수입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미국의 저명한 미사일 전문가인 제프리 루이스 미들버리 국제학연구소 비확산연구센터 연구원은 북한의 공식 과학 저널인 '화학과 화학공학'에서 UDMH 개발 정황을 의심케 하는 논문을 찾아냈다며 북한이 이미 UDMH를 자체 생산할 가능성을 제기했다.
2013~2016년 작성된 이 논문은 언뜻 보기에는 독성이 있는 폐수를 관리하는 방법을 다룬 원론적인 내용으로 보인다.
그러나 자세히 들여다보면 복잡한 지식을 교묘하게 담고 있다는 것이 루이스 연구원의 해석이다.
예컨대 논문에는 정화 수준을 높이는 방법이 소개됐는데 이는 고성능 미사일 개발에 중요한 항목이라는 것이다.
루이스 연구원은 "논문 내용을 보면 추측이나 초기 단계가 아닌 것 같다"면서 UDMH 연구가 상당 기간 진행된 것으로 추측했다.
이 논문이 UDMH에 관한 내용이라고 추정하는 또 다른 이유는 저널에 수록된 다른 논문들과 달리 저자의 정보가 전혀 노출되지 않았기 때문이다.
이에 루이스 연구원이 이끄는 팀은 저자의 이름을 북한의 화학 관련 연구 목록과 일일이 대조해 저자 중 한 명인 차석봉이 함흥에 있는 한 화학섬유 공장에서 일반적인 사항에 관한 논문을 쓴 것을 확인했다.
루이스 연구원은 북한이 '주체 섬유'라고 부르는 비날론이라는 싸구려 화학섬유를 생산하는 공장에서 고도의 교육을 받은 핵연료 전문가가 근무한다는 것은 이상하다며 이 공장에서 UDMH가 비밀리에 생산될 가능성이 크다고 주장했다.
루이스 연구팀은 또 위성사진을 뒤져 해당 공장에서 흔치 않은 폐수 웅덩이 2개를 발견했다. 이는 UDMH 표준 생산방법과 부합하는 한편, 논문에서 설명한 폐수 처리방법과도 일치한다.
김정은 북한 노동당 위원장이 이 공장에 수차례 방문한 사실도 있다고 연구팀은 설명했다.
탈북한 북한 관리의 발언도 이 같은 주장에 힘을 실어준다. 1990년대 초 북한에서 탈출한 고청송 씨는 2001년 쓴 책에서 함흥이 군사용 화학물질 비밀 개발의 중심지라고 밝힌 바 있다.
미 중앙정보국도 함흥에서의 화학물질 생산에 대한 비밀 분석 보고서를 낸 적이 있다.
북한이 어떻게 비밀리에 고도의 기술이 필요한 연료를 개발할 수 있었는지에 대한 물음에 루이스 연구원은 외부 분석가들이 북한을 너무 과소평가한다고 말했다.
그는 "위성사진이나 기술 관련 출판물을 통해 보는 북한은 완전히 다르다"라고 말했다.
lucid@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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