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제윤 "어떤 정치적 유혹에도 건전재정 지켜야"(종합)

입력 2017-09-28 17:59  

신제윤 "어떤 정치적 유혹에도 건전재정 지켜야"(종합)

외환위기 20주년 세미나…소규모 개방경제 숙명

"한미·한일 통화스와프 타진 필요…과도한 경기부양책 경계해야"

(서울=연합뉴스) 최윤정 노재현 기자 = 전직 금융당국 수장이 재정은 외환위기를 막을 수 있는 마지막 보루이므로 어떤 정치적 유혹에도 건전재정을 지켜야 한다고 강조했다.

신제윤 전 금융위원장은 28일 서울 명동 은행회관에서 한국국제금융학회-대외경제정책연구원-매일경제 주최로 열린 외환위기 20주년 세미나에서 기조강연에 나서 두 차례 외환위기를 겪은 경험을 토대로 얻은 7가지 교훈을 제시하며 이처럼 말했다.

현재 법무법인 태평양 고문인 신제윤 전 위원장은 '외환위기 20년-평가와 교훈' 제하 강연에서 1997년 동아시아 외환위기와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를 견딜 수 있던 것은 튼튼한 재정 덕분이라며 "재정은 외환위기를 막을 수 있는 마지막 보루"라고 말했다.

신 전 위원장은 대외환경은 언제든 바뀔 수 있으므로 경제 펀더멘털을 과신하지 말고 비관 시나리오를 함께 고려하라고 당부했다.

경상수지는 건실한 펀터멘털의 기본으로, 대내외 균형이 충돌하면 대외균형을 택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물가나 1인당 국민소득 목표 달성을 위해 환율 등 대외정책변수를 이용하면 안 된다는 것이다. 외국 투자자들은 성장, 고용, 물가보다 경상수지, 외채 등 대외지표를 훨씬 중요시한다고 말했다.

그는 외채는 선과 악이 없으며, 총량으로 관리해야 한다고 말했다.

외채 구성을 기간별, 형태별, 투자자 형태별로 구분해서 관리하지만 위기 상황에서는 이들의 행동 속도에 차이가 있을 뿐 방향은 같다는 것이다.






또, 자본유출은 통제하기 어려우므로 평소에 자본유입을 관리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외화 건전성 부담금, 선물환포지션부과 등 거시건전성 3종 세트는 이런 인식에서 도입됐다고 말했다.

그는 평소에 미 재무부와 중앙은행, 의회 등과 네트워크를 갖춰두라고 조언했다.

국제금융동향 모니터링은 아무리 강조해도 지나치지 않으며 뉴욕 월가 한인 네트워크를 이용하고 악성 루머나 외신에 적극 대응해야 한다고 말했다.

신 전 위원장은 외환위기를 바이러스에 빗대서 질병 원인이 되는 바이러스를 없애기 어렵다면 감염되지 않게 예방하고, 감염되더라도 빨리 치유해야 하듯이 변동성 충격을 예방하고 최소화해야 한다고 말했다.

1997년 동아시아 외환위기와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는 기축통화를 갖지 못한 소규모 개방경제 원죄가 근본 원인이라고 진단했다.

실물 부존자원 없이 무역으로 해외에서 먹을거리를 찾아야 하는 우리나라는 글로벌 자금 흐름 변화에 취약할 수밖에 없다는 점이 엄연한 현실이고, 금융위기 가능성이 어떤 나라보다 크다고 말했다.

투기세력이 국제금융시장 변동성을 조장하고 그 과정에 막대한 이익을 얻는다는 '음모론'이 맞고 틀리고를 따질 형편이 못 된다고 토로했다.

세미나에서는 우리나라가 외환위기나 금융위기를 다시 겪지 않으려면 '외환 방파제'를 더 높이 쌓아야 한다는 지적이 잇따라 나왔다.

오정근 한국금융ICT융합학회 회장은 주제발표에서 "미국 금리 인상에 따른 외자유출에 대비해 충분한 외화 유동성 확보 등 위기 예방에 노력해야 한다"며 한미, 한일통화스와프를 미리 타진할 필요가 있다고 주장했다.

그는 한국경제에 위기가 발생할 경우 외환보유액이 830억9천400만 달러 정도 부족할 수 있다고 추정했다.

토론자로 나선 김정식 연세대 교수는 "개방경제에서는 국가안보 등의 문제로 외환위기가 발생할 수 있다"며 "단기적으로 미국이나 일본과 통화스와프를 체결하는 것이 외화유동성을 위해 가장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또 김소영 서울대 경제학부 교수와 윤덕룡 대외경제정책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외화자산의 확대와 수익성 제고를 통한 민간부문 외화동원 능력을 확대하고 국제 자본의 급격한 유출입과 유동성 위기, 외환위기 가능성에 대비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정부가 과도한 경기 부양책을 펴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는 주장도 제기됐다.

김정식 교수는 "1997년 외환위기는 과도한 내수 부양정책을 펴는 과정에서 금융회사나 기업의 부실로 자본유출이 발생했기 때문"이라며 "과도한 경기 부양책을 경계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이영섭 서울대 교수도 "지난해 한국경제가 건설투자를 앞세워 2.8% 성장했는데 이는 경기가 회복됐다는 착시 현상을 가져올 수 있지만 결국 '언발에 오줌누기식' 정책"이라며 "이번 정부에서 소비를 끌어올리겠다는 내수 부양책도 효과가 아주 단기적일 수 있다"고 지적했다.

아울러 김태준 동덕여대 교수는 "저성장 기조에서 정부가 복지지출을 확대하면 재정건전성이 악화되고 자본이 유출될 가능성이 크다"며 재정건전성 악화와 가계부채가 복합적으로 작용할 경우 우리 경제가 위기를 맞을 수 있다고 우려했다.

merciel@yna.co.kr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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