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0대 마도로스, 선원수첩·장학금 2천만원 모교 기부

입력 2017-10-01 15:02  

70대 마도로스, 선원수첩·장학금 2천만원 모교 기부

(부산=연합뉴스) 김재홍 기자 = "이역만리 먼 길을 떠나기 전에 모교에 진 빚을 조금이라도 갚고 싶다."

최근 부산시 남구 부경대 대학본부에 백발의 70대 노신사가 찾아와 낡은 선원수첩 1권과 2천만원 자기앞 수표 1장을 건넸다.




서울에서 왔다는 이 남성은 부경대의 전신인 부산수산대 어로학과 60학번 신무현(76) 씨였다.

딸들이 사는 미국으로 이민을 떠나기에 앞서 이삿짐을 싸다 발견한 선원수첩을 보고 모교 생각이 사무쳐 부산으로 내려온 것이다.

"인생에 필요한 모든 것을 배울 수 있었던 모교였다. 그 배움으로 이렇게 평생 먹고 살 수 있었다."

신씨가 들고온 선원수첩은 대학 때 실습항해를 위해 출국한 날 찍힌 도장을 시작으로 항해사와 해외 주재원 등으로 오대양을 누빈 인생의 행적을 고스란히 담고 있었다.

배를 타면 먹고 살 걱정은 안 해도 된다는 이야기를 듣고 부산수산대에 지원한 신씨는 신입생 250명 중에 수석으로 입학해 장학금을 받고 공부했다.




신씨는 대학 졸업 이후 1964년부터 10년간 원양어선을 타고 태평양, 인도양, 대서양을 누볐다.

1974년부터 1975년까지 가나의 항구도시 테마에서 태창수산의 아프리카 주재원으로 근무했다.

1975년부터 20년간 태창수산에서 대일본 참치 수출업무를 담당하는 등 평생을 바다와 함께했다.

신씨는 "나처럼 어려운 환경에서 공부하는 후배들이 희망을 품고 힘을 냈으면 좋겠다"는 말을 남기고 교문을 빠져나갔다.

그는 연락처를 알리지 않았다.

부경대는 신씨의 선원수첩을 학교 기록관으로 이관해 보관 중이며 2천만원은 재학생을 위한 장학금으로 활용할 계획이라고 1일 밝혔다.

pitbull@yna.co.kr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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