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석 차례상 잘 차렸죠"…전북 이주여성 며느리들의 추석 나기

입력 2017-09-28 15:54  

"추석 차례상 잘 차렸죠"…전북 이주여성 며느리들의 추석 나기

음식 만들고 예절 배우며 웃음꽃…"비행기만 보면 엄마에 울적"

(정읍=연합뉴스) 임채두 기자 = "베트남 음식보다 한국 음식을 더 잘해요."

2001년 베트남에서 한국으로 시집온 도티휘엔(28·여)씨는 능숙한 한국어 실력을 뽐내며 입가에 미소를 머금었다.

28일 오전 전북 정읍시 건강가정·다문화가족지원센터 교육장에서 한국인에게도 익숙지 않은 단어가 흘러나왔다.

"공수하고 천천히 반절(양손을 바닥에 짚고 앉아 고개를 숙여서 하는 여자의 절)하세요."


전통예절을 가르치는 강사 앞에 옹기종기 모여 '전통예절·추석 상차림 배우기 행사'에 참여한 이주여성 40여명은 강사의 동작을 눈치껏 따라 하느라 여념이 없었다.

낯선 동작이라 어설프지만, 눈을 크게 뜨고 강사의 말 한 마디 한 마디에 귀를 기울였다.

일부 이주여성이 바닥에 살포시 앉으려다 균형을 잃고 쓰러지자 행사장 안 여기저기에서 웃음이 터져 나왔다.

도티휘엔씨는 "한국에서 지낸 지 12년째이지만 아직 전통예절에 익숙하지 않다"며 "한국으로 시집온 사람과 한데 모여 한국을 알아가는 시간을 보내 즐겁다"고 말했다.


행사장 한 켠에서는 식욕을 자극하는 고소한 전 부치는 냄새와 지글지글 나물 볶는 소리로 가득했다.

곱게 한복을 차려입은 이주여성들은 달걀 옷에 밀가루를 입힌 호박전을 프라이팬 위에 올리고 굽느라 바쁜 손을 놀렸다.

한국에 온 지 얼마 되지 않은 이들 주부는 초빙 요리사가 알려준 나물 무치는 법을 듣고 꼼꼼히 기록하는 모습도 보였다.

젓가락질이 조금 서툰 풍티타오(23·여)씨는 "지난해 11월 한국에 와 한국 문화에 적응 중"이라면서도 "친척들이 다 함께 모인 자리에서 오늘 배운 요리법을 뽐내고 싶다"며 환하게 웃었다.


명절이면 한국 새댁들이 겪는 '명절증후군'에 대해서는 반응이 갈렸다.

베트남 국적의 비티멘(31·여)씨는 "명절에 친척이 모여 서로 이야기하고 음식도 나눠 먹는 모습이 보기 좋다"며 "스트레스가 아니라 오히려 축제같이 즐겁고 재미있다"고 말했다.

반면 도티휘엔씨는 "이제는 베트남 음식보다 한국 음식을 더 잘 만든다"면서도 "친척이 올 때마다 수없이 상을 차리고 설거지하는 일은 역시 힘들다"고 털어놨다.

'공통점'을 가진 이주여성들은 한국 명절에 흥미를 느끼면서도 남모를 타향살이의 설움을 넌지시 내비치기도 했다.

한 여성은 "시댁 식구들과 모여 있으면 즐겁지만 한편으로 고국에서 쓸쓸히 지낼 부모님을 떠올리면 마음이 울적하다"면서 "하늘을 나는 비행기를 볼때마다 고향생각이 나 울곤 한다"며 눈시울을 붉히기도 했다.


이주여성들은 이날 손수 만든 음식으로 차례상을 올린뒤 남은 음식들은 인근 사회복지시설 어른들께 나눠줬다.

doo@yna.co.kr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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