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연합뉴스) 국군 사이버사령부가 2012년 대선 때 인터넷 댓글을 달아 정치에 개입한 사건에 김관진 전 국방부 장관 등 당시 군 수뇌부가 깊숙이 연루된 정황이 드러나고 있다. 사이버사령부 산하 심리전 부대의 단순한 일탈로 알려졌던 것과 달리 김 전 장관이 직접 보고를 받고 지휘도 했다는 의혹이 제기되고 있다. 이명박 정권 당시 국가기관을 동원한 불법 정치공작 의혹을 수사 중인 검찰은 김 전 장관을 출국 금지하고 수사를 확대하고 있다. 원세훈 전 국정원장 등 당시 국정원 간부들을 겨냥한 수사와 별도로 군 사이버사령부에 대한 수사가 새롭게 부각하는 형국이다. 검찰이 확보한 문건 중에는 김 전 장관이 이명박 전 대통령에게 국군 사이버사령부 산하 심리전단의 댓글공작 활동을 보고한 내용이 담긴 것도 있다. 민주당 이철희 의원이 공개한 '사이버사 관련 BH(청와대) 협조 회의 결과' 문건을 보면 사이버사의 군무원 증원을 두고 '대통령께서 두 차례 지시하신 사항'이라고 강조한 대목도 있다. 사이버사령부가 국가정보원의 특수활동비로 온라인 매체를 운영하고, 기무사령부도 댓글공작을 했다는 언론보도까지 나온다.
이런 정황 증거는 사이버사령부의 댓글공작에 대한 군 수사기관의 기존 조사결과를 뒤집는 것이다. 군 검찰은 2014년 11월 연제욱(소장)·옥도경(준장) 전 사이버사령관 등 5명을 정치관여 혐의로 기소하는 것으로 수사를 마무리했다. 군 검찰은 김 전 장관에 대한 참고인 조사도 하지 않은 채 "김 전 장관에게 보고됐다는 단서가 나오지 않아 수사할 근거가 없었다"고 밝혔다. 앞서 국방부 조사본부도 2013년 12월 중간수사결과 발표에서, 김 전 장관이 관련 사실을 보고받지 않았다는 결론을 내렸다. 군 수사기관이 제대로 조사하지도 않고 김 전 장관에게 면죄부를 줬다는 비판이 나왔는데 근거 없는 주장이 아니었던 것 같다. 검찰 수사를 통해 김 전 장관이 사이버사의 댓글공작에 어느 정도 관여했고 청와대의 어느 선까지 보고했는지 철저히 규명해야 한다. 국방부도 이달 8일 가동된 '사이버사 댓글 사건 재조사 태스크포스(TF)'를 통해 국방부 조사본부와 군 검찰의 부실수사 의혹을 밝혀야 할 것이다.
이 사건은 군사정권 시대의 유물인 군의 정치개입이 수년 전까지 버젓이 자행됐음을 보여줬다. 군의 정치적 중립은 우리 국민이 민주화 투쟁을 통해 엄청난 희생을 치르고 쟁취한 결과다. 군사정권이 종언을 고한 지 20년이 지났는데 이런 일이 대통령 선거 과정에서 벌어졌다니 말문이 막힐 뿐이다. 특히 사이버사령부는 분산서비스거부(DDoS) 공격, 해킹 등 북한의 사이버 위협이 급증하는 가운데 2010년 창설된 핵심 기관이다. 그런 사이버사가 대선 기간 댓글공작에 뛰어든 것은 국민의 신뢰를 철저히 저버린 것이다. 되돌아보면 2016년 9월 사이버사령부 서버가 북한의 소행으로 추정되는 해킹 공격을 당한 것도 그럴 만했다는 생각이 든다. 하지만 사이버사의 근본적 존재 가치까지 부정할 수는 없다. 날로 수위가 높아지는 북한의 사이버 위협에 맞서려면 우리 군의 '사이버 전력'을 육·해·공군에 버금가는 '제4군'으로 육성해야 한다는 주장도 나온다. 군 사이버사가 이번 사건을 환골탈태의 계기로 삼아야 하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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