치킨집엔 꽝, 해산물집엔 구쟁기…"제주어 찾는 재미"

입력 2017-10-08 07:23  

치킨집엔 꽝, 해산물집엔 구쟁기…"제주어 찾는 재미"

간판, 맛집 거리에도 숨어있어…"관광지 간판·안내책자 제주어 병기 의무화"

(제주=연합뉴스) 전지혜 기자 = 제주도 남쪽 서귀포 시내 좁은 골목길인 중정로61번길.

서귀포매일올레시장 인근 다양한 종류의 크고 작은 가게가 모여있는 이 거리에 가보면 진한 회색 바탕에 흰색 글씨를 쓴 단정하고 깔끔한 간판이 달린 것을 볼 수 있다.





간판 구석을 유심히 보면 돌하르방 그림과 함께 다양한 제주어가 적혀 있는 것을 찾아볼 수 있다.

한 치킨집 간판 옆에는 뼈→꽝이라고 적혔다. 치킨을 먹고 나면 남는 뼈가 제주어로는 '꽝'이라고 불린다는 말이다.

미용실과 이용원 간판에는 가위→고세, 머리→대맹이, 곱다→곱닥허다, 머리빗→얼레기, 얼굴턱→아굴탁 등의 제주어가 담겼다.

해산물집 간판에는 소라→구쟁기, 횟집에는 바다고기→바릇괴기, 즉석두부 가게에는 두부→둠비, 메밀칼국수를 파는 한 식당에는 메밀→모밀(모의 ㅗ는 아래아) 등 해당 가게에서 파는 것을 제주어로 소개했다.

다방에는 '쉬고 가자→쉬영 가게'라는 말이 적혀 차 한잔 마시면서 쉬고 가라는 메시지를 전하는 듯하다.

스쿼시 운동을 하는 곳에는 '땀이 뻘뻘난다→ㄸ+·+ㅁ 뽈뽈 남쩌', 콜라텍에는 날뛰다→들럭퀴다, 가요방에는 어머나→메께라, 단란주점에는 엄청나다→엄블랑허다와 즐겁다→지꺼지다 등 가게에 어울리는 제주어가 담겼다.

'얼마에요?→얼마꽈?'처럼 물건을 살 때 활용할 수 있는 제주어, '그래?, 그래요?→기?, 기꽈?'처럼 평소에 자주 사용하는 제주어가 담긴 간판도 있다.






서귀포시는 도심 환경 개선을 위해 중정로61번길의 녹원빌딩∼태흥장오거리 구간 370m 구간의 간판 개선사업을 진행했다.

제주의 현무암이 떠오르는 회색 바탕에 같은 크기와 형식의 글씨를 써서 미관을 개선한 것은 물론 간판마다 제주어 단어 하나씩을 표시해 특색있는 간판을 달았다.

중정로61번길에서 조금만 걸어가면 식당이 줄지어 있는 '아랑조을거리'가 있다.

아랑 조을은 '알아서 좋은, 알아두면 좋은'이라는 뜻의 제주어다. 제주의 맛을 즐길 수 있는 다양한 종류의 '맛집'이 모여있으니 알아두면 좋다는 의미를 담았다.

이처럼 제주도 곳곳을 다니면서 숨어있는 제주어를 찾아본다면 제주 여행의 즐거움을 더하고, 지역 문화를 한 뼘 더 깊이 느낄 수 있다.







제주어는 제주 방언을 일컫는 말이다. 아래아(·) 등 지금은 거의 사라진 훈민정음 창제 당시 한글의 고유한 형태가 남아 있어 '고어의 보고'로 불린다.

그러나 점차 사용 빈도가 줄어들며 사라질 위기에 놓였다.

2010년 12월에는 유네스코의 '소멸 위기의 언어' 5단계 가운데 4단계인 '아주 심각하게 위기에 처한 언어'(critically endangered language)로 분류됐다.

제주도는 제주어 발전 기본계획을 세워 사전 편찬, 제주어 주간 지정, 교육강좌 개설 등 제주어 전승·보전을 위한 다양한 정책을 추진하고 있다.

이 일환으로 지난해 8월 22일 발표한 민선6기 후반기 중점 문화예술 정책 6대 과제에 '제주어 병기 의무화'를 담았다.

원희룡 제주지사는 지난해 한글날 기념사를 통해 실생활에서 제주어 사용을 늘리기 위해 공공기관의 문화재와 관광지 안내판, 각종 문화·관광 안내책자 등에 제주어 병기를 의무화하는 등 제주어 확산 방침을 강조했다.

이후 제주어 보전 및 육성 조례를 개정해 제주어 병기 의무화 방침을 담았고 이어 제주어 의무 병기대상과 범위, 의무 병기 절차, 병기 기록 유지 등의 구체적인 내용을 담은 시행규칙안을 제정하는 중이다.

의무 병기 대상은 제주도에서 설치, 발간한 관광해설표지와 관광안내책자 등이다.

제주어 병기는 다만 표지나 책자의 효율성과 가독성을 저해하지 않는 최소한도의 범위에서 하도록 했다. 제주어가 너무 많이 쓰이면 내용을 이해하는 데 어려움이 있기 때문이다.

병기하는 제주어는 전문가를 위촉해 검토하고 제주어보전육성위원회의 심의를 거치도록 했고, 병기 결과를 기록해두도록 했다.

도는 올해 말 시행규칙을 확정, 공포한 뒤 이후로 제작되는 안내판이나 안내책자 등에 제주어를 함께 적도록 할 계획이다.

atoz@yna.co.kr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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