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도 개선은 현실적·구체적이어야…법과 원칙 적용의지 중요"
(서울=연합뉴스) 서미숙 김연정 기자 = 건설업계는 정부가 재건축 수주전 과열을 경고하고 법 위반시 처벌 강화 등 관련 제도 개선안을 내달 중 마련키로 한 데 대해 과열 분위기가 있었음을 인정하면서 '자정 노력'을 하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다만 추후 마련될 제재 방안이 현실적이고 구체적이지 못하면 현장에서 실효성이 없을 것이라고 지적했다.
최근 강남 재건축 수주전에 참여했던 한 대형 건설사 관계자는 29일 정부의 '경고'에 대해 "관련 법규나 지침에 맞춰 향후 과도한 경쟁을 자제하고 선의의 경쟁이 이뤄질 수 있도록 하겠다"며 "업계 전체가 스스로 자정이 이뤄지게 각고의 노력을 해야 할 것"이라는 입장을 밝혔다.
또 "서로 제살깎아먹기식, 일단 사업을 따고 보자는 과도한 영업도 지양해야 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강남 재건축 수주 경쟁에 뛰어든 다른 건설사는 "정부안은 과도한 출혈 경쟁을 막기 위해 업계에서 필요한 것으로 인식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하지만 문제는 현장 단속과 이를 통한 제재 방안이 현실적이고 구체적이어야 한다는 점"이라며 "합동단속은 이제까지 있어 왔지만 위법 행위를 알고도 제재 근거가 없거나 업계의 관행이라는 이유로 사실상 묵인한 경우가 많았다"고 지적했다.
그는 "따라서 이를 바로잡고 법과 원칙대로 적용한다는 의지가 중요하다"며 "금품·향응은 예외없는 형사 처벌과 제재가 우선돼야 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업계에서는 내달 발표될 대책에 음성적 홍보전을 막을 수 있도록 상설 홍보관을 설치하는 등의 제도 개선 내용도 담아달라고 요구했다.
한 건설사 관계자는 "도시 및 주거환경 정비법(도정법)이 개정됐을 때 가장 큰 문제가 홍보를 정해진 날짜에만 하게 돼 있고 기회가 너무 적다는 점이었다"며 "홍보 기회가 한정돼 있다 보니 자꾸 불법이나 편법, 위법이 생긴다"고 지적했다.
최근 수천만원의 과도한 이사비 무상 제공 논란이 벌어진 것과 관련 '적정 수준'을 정부가 제시키로 한 데 대해서는 "기준을 정할 때 신중해야 한다"는 의견도 나왔다.
건설사 관계자는 "만약 이사비를 1천만원 이내로 하라고 정부가 정하면 모든 건설사가 이사비 1천만원 제공을 무조건 해야 하는 상황이 만들어진다"며 "이런 부작용도 고려해서 기준을 명확히 정하되 금전적 숫자로 규정하는 것은 피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정부는 최근 강남 재건축 수주전에서 등장한 '초과이익환수금 대납' 제안에 대해서도 위법 소지가 있다고 보고 있으며 제도 개선에 반영할 예정이다.
업계에서는 정부가 수주전에 벌어진 위반사항에 대해 입찰 배제 등 강력한 조치를 취하기로 한 것에 대해서는 우려의 목소리도 나왔다.
공공공사의 경우 위법시 입찰 배제를 하고 있지만 민간 공사에 대해서까지 이처럼 강력한 조치를 취하기 위해선 그만큼 기준이 명확해야 한다는 것이다.
한 대형 건설사 관계자는 "그동안 건설사들이 상대방과 경쟁에서 유리한 위치를 선점하려고 다양한 조건을 내걸었는데, 정부가 정해주는 기준이 세세하고 명확하지 않으면 엉뚱한 피해 업체가 나올 수 있다"고 우려했다.
한국주택협회는 추석 연휴가 지나고 건설사의 의견을 취합해 10월 셋째 주쯤 재건축 수주전에 대한 자정 결의문을 채택할 계획이다.
여기에는 과도한 입찰 제안 등 수주 경쟁을 자제하고 공정한 경쟁이 될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는 각오가 담길 것으로 알려졌다.
yjkim84@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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