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심청구 하려면 법정 출두' 새 법률 발효
(방콕=연합뉴스) 김상훈 특파원 = 쌀 수매 및 매각 관련 비리를 방치한 혐의로 실형을 선고받기 전 종적을 감춘 잉락 친나왓 전 태국 총리의 소재를 두고 다양한 관측이 나오고 있다.
CNN 방송은 29일 잉락 전 총리가 소속된 푸이타이당 소식통을 인용해 그가 현재 영국으로 건너가 정치적 망명을 추진 중이라고 보도했다.
또 로이터 통신도 아랍에미리트(UAE)에 있는 소식통들을 인용해 두바이에 머물던 잉락이 지난 11일 런던으로 떠났다고 전했다.
그러나 태국 군부정권 지도자들은 지난달 25일로 예정됐던 선고공판을 앞두고 사라진 잉락이 아직 두바이에 머물고 있다고 밝혔다.
군부 정권 최고지도자인 쁘라윳 짠-오차 총리는 "잉락이 오빠인 탁신이 사는 두바이에 있다는 사실을 외무부로부터 통보받았다"고 말했다.
군부 이인자인 쁘라윗 왕수완 부총리 겸 국방부 장관도 잉락이 태국과 범죄인 인도협정을 맺지 않은 두바이에 머물고 있다는 사실을 공식 채널을 통해 전달받았다고 밝혔다.
쁘라윗 부총리는 "UAE 당국이 태국 외무부에 잉락의 체류 사실을 통보해왔다. UAE는 잉락에게 정치적인 문제에 개입하지 말라는 요구를 했다"고 말했다.
이런 가운데 태국에서는 해외도피 중 실형을 받은 잉락의 재심청구를 사실상 불가능하게 한 새로운 법이 발효되면서, 잉락의 정치생명이 사실상 끝났다는 관측이 나온다.
전날 왕실관보에 게재된 새로운 정부조직법은 대법원 판결을 받은 정치인의 경우 반드시 법정에 출두해야만 재심청구를 할 수 있다.
실형을 받기 전 해외로 도피해 쫓기는 상황인 잉락이 재심청구를 하려면 실형을 살 각오를 해야만 하는 상항이 됐다.
태국의 첫 여성 총리였던 잉락은 재임 중인 2011∼2014년 농가 소득보전을 위해 시장가보다 높은 가격에 쌀을 수매하는 '포퓰리즘' 성격의 정책을 폈다.
이는 탁신 일가의 정치적 기반인 북동부(이산) 지역의 농민들에게서 큰 호응을 받았지만, 쿠데타 이후 부메랑이 되어 돌아왔다.
2014년 쿠데타를 일으켜 잉락 정부를 무너뜨린 군부는 잉락을 쌀 수매 관련 부정부패 혐의로 탄핵해 5년간 정치 활동을 금지했고, 검찰은 재정손실과 부정부패를 방치했다면서 그를 법정에 세웠다.
대법원은 민사소송에서 지난해 10월 잉락에게 무려 350억 바트(약 1조1천800억원)의 추징금을 부과했다.
법원은 이와 별도로 쌀 수매와 수매한 쌀의 판매 과정에서 벌어진 부정부패를 방치한 직무유기 혐의에 대한 형사 재판도 진행해왔다.
이런 일련의 재판이 정치적 보복이라고 주장해온 잉락은 지난달 25일 실형이 예상되는 선고공판을 앞두고 자취를 감췄고, 대법원 형사부는 지난 27일 궐석재판을 통해 직무유기 혐의에 대해 유죄를 확정하고 5년의 징역형을 선고했다.
한편, 대법원 판결 직후 태국 경찰은 방콕 시내 잉락 자택을 압수수색, 유전자 샘플과 해외도피 관련 수사의 증거품 등을 수집했다.
meolakim@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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