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림대 임상역학연구소, 성인 2천여명 키·체중 분석결과
"여성 실제보다 키 0.38㎝↑ 체중 1.23㎏ ↓…젊을수록 과소 보고"
(서울=연합뉴스) 김길원 기자 = 가끔은 각종 서식에 키와 몸무게를 직접 써넣어야 하는 때가 있다. 그런데 우리나라 사람들은 이런 경우 가급적이면 몸무게는 줄이고, 키는 늘려 적는 경향이 있다는 조사결과가 나왔다.
한림대학교 임상역학연구소 김동현 교수팀은 지난해 지역사회건강조사에 참여한 대도시·중소도시·농촌 지역의 성인 2천198명(남 1천80명, 여 1천118명)을 대상으로 자가 보고식 설문조사 서류에 직접 써넣은 키, 몸무게를 초음파 신장계와 디지털 체중계로 실제 측정해 비교한 결과 이같이 나타났다고 1일 밝혔다.
이번 연구결과는 한국보건정보통계학회지 최신호에 발표됐다.
조사결과를 보면 남녀 모두 실제보다 키는 크게(남 0.48㎝, 여 0.38㎝), 몸무게는 가볍게(남 -0.74㎏, 여 -1.23㎏) 적는 경향이 관찰됐다. 이 때문에 체중을 키의 제곱(㎡)으로 나눠 비만 여부를 가늠하는 체질량지수(BMI)도 남녀 모두 각각 0.39㎏/㎡, 0.60㎏/㎡ 차이가 났다.
이런 차이는 연령대별로, 성별로 두드러졌다.
키의 경우 남녀 모두 40대 이상부터 실제보다 크게 보고하는 경향이 있었다. 특히 60대 이상에서는 자가보고 때 1㎝ 이상(남 1.27㎝, 여 1.31㎝) 크게 써넣은 것으로 분석됐다.
체중은 남녀 모두 모든 연령군에서 실제보다 적게 보고했으며, 젊은 연령층으로 갈수록 심했다.
남성의 경우 20∼30대가 평균 1.27㎏, 40∼50대가 0.70㎏, 60대 이상이 0.22㎏을 각각 줄여서 보고했다. 여성은 20∼30대와 40∼50대가 각각 1.29㎏을, 60대 이상이 1.01㎏을 과소 보고한 것으로 분석됐다.
키가 큰 여성일수록 자기 키를 과소 보고하고, 체중이 적게 나가는 남성일수록 체중을 과대 보고하는 경향도 이번 조사에서 관찰된 특징이었다. 또 체중의 경우 남성보다 여성이 일관되게 과소보고하는 경향도 이번 연구로 확인됐다.
키와 체중에 대한 이 같은 오차는 우리나라만의 현상은 아니다. 호주에서 54∼59세 여성을 대상으로, 스코틀랜드에서 25∼64세 남녀를 대상으로 한 각각의 연구에서도 비슷한 오차가 관찰된 바 있다.
이처럼 자가보고와 실제 측정치에 차이가 나는 이유로는 ▲ 사회적 호감도를 높이기 위해 솔직히 대답하지 않을 가능성 ▲ 완전히 성장하기 이전의 키를 기억했을 가능성 ▲ 키는 소수점 첫 자리를 반올림하고, 체중은 반내림 했을 가능성 등이 제시됐다.
김동현 교수는 "문제는 스스로 써넣은 키와 몸무게가 실제와 달라 비만율 통계에 오류가 생길 경우 결국 대규모 역학조사에서 잘못된 연구결과를 초래할 수 있다는 점"이라며 "가급적 비만율 조사는 실측 자료를 바탕으로 하는 게 좋겠지만, 이게 어렵다면 자가보고 값의 오차를 보정하기 위한 모델을 개발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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