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휴가 길어 고향 갈까 생각해봤지만 비행기 푯값 비싸서 포기"
(수원=연합뉴스) 류수현 기자 = 대전의 한 제조업체 공장에서 일하고 있는 키르기스스탄 국적 카드르(29)씨는 한국의 최대 명절 추석을 앞두고 부쩍 헛헛해지는 마음을 달랠 길이 없다.
무려 열흘짜리 '황금연휴'를 맞아 주변이 온통 들뜬 분위기에 휩싸였지만 카드르씨는 쉴 수도, 고향에 있는 가족들을 만날 수도 있는 상황이 아니기 때문이다.
그는 두 달 전 코리안 드림을 안고 입국했다.
가족의 미래를 위한 결정이었지만, 이제 돌을 갓 넘기고 걸음마를 시작한 아들이 늘 마음 한편에 자리 잡고 있다.
카드르씨는 "한국에 들어온 지 얼마 안 됐고, 회사도 연휴 기간에 운영한다고 해서 가족을 보러 키르기스스탄에 갈 수는 없을 것 같다"라며 "대신 평소보다 영상통화 등 연락을 자주 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태국에 출장 온 남편과 연애결혼에 성공해 한국에서 생활한 지 20년째에 접어든 결혼이주여성 푸노안쎄엥투안(47·여)씨도 이맘때쯤이면 친정 식구들이 생각나 마음이 울적해진다.
한 이주민 센터에서 이주여성들의 한국어 교육을 관리하는 팀장으로 커리어를 쌓고 있는 그는 수원시에서 시부모를 모시고 사는 맏며느리이기도 하다.
올해 대학생이 된 아들과 중학교에 다니는 딸, 시부모 등 가족들 덕분에 이국 생활이 힘들고 외롭다고 느껴본 적은 거의 없다.
그러나 추석 같은 명절에 한국 가족들과 함께 맛있는 요리를 먹을 때면 태국에 있는 가족들도 생각난다.
그는 "친정어머니의 건강이 좋지 않은데, 멀리 떨어져 있는 딸이 할 수 있는 일은 추석 보름달에 '태국 가족들 건강하게 해달라'고 비는 것뿐"이라며 애틋한 마음을 드러냈다.
유학생에게도 추석은 가족을 향한 그리움이 평소보다 더 커지는 날이다.
아주대 국제대학원에서 국제경영학을 전공하고 있는 인도네시아 유학생 마야 메트리아나(26·여)는 한국에서 보내는 추석이 올해가 두 번째다.
그는 "이번 추석 연휴가 길어서 인도네시아에 갈까 생각해봤지만, 비행기 푯값이 비싸서 포기했다"라며 "평상시 공부하느라 바빠 가족들과 함께 시간을 보내지 못하는 한국 친구들도 추석 때만큼은 가족과 많은 시간을 보내는 것 같아 부러운 마음이 든다"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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