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미 FTA·세탁기 세이프가드·WTO 이사회 등 '고난의 연휴'
(서울=연합뉴스) 김동현 기자 = 보호무역주의 대응을 위해 새 정부에서 부활한 통상교섭본부가 한미 자유무역협정(FTA) 협상 등 주요 통상 현안 때문에 추석 연휴에도 제대로 쉬지 못할 전망이다.
미국과 중국 등 강대국의 전방위적 통상압박으로 코너에 몰린 우리나라 통상 현실을 보여주는 단면이다.
1일 산업통상자원부에 따르면 미국의 협정문 개정 요구 등을 논의하기 위한 한미 FTA 2차 공동위원회가 4일(현지시간) 미국 워싱턴 D.C.에서 열린다.
통상교섭본부와 관계부처로 구성된 협상단은 늦어도 추석 전날인 3일 미국으로 출국하며 출국 직전까지 모든 가능한 시나리오를 검토하는 등 협상 준비에 매진하고 있다.
특히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폐기' 발언이 엄포가 아닌 실질적 위협으로 드러나면서 협상단의 부담이 배가됐다.
이번 협상은 서울에서 열린 1차 공동위원회와 달리 '적진'에서 하는 만큼 협상단의 심적·신체적 스트레스도 클 전망이다.
한미 FTA만 현안이 아니다.
10월 3일에는 미국 국제무역위원회(ITC)가 진행하는 태양광 전지 세이프가드(긴급수입제한조치) 조사의 2차 공청회가 열린다.
ITC는 지난달 22일 한국산을 비롯한 수입 태양광 전지의 급격한 증가로 자국 산업이 심각한 피해를 봤다고 판정했다.
ITC는 다음 단계로 트럼프 대통령에게 관세 부과·인상, 수입량 제한, 저율관세할당(TRQ·일정 물량에 대해서만 낮은 관세를 매기고 이를 초과하는 물량에는 높은 관세를 부과하는 제도) 등의 구제조치를 권고하게 된다.
산업부는 외교부와 함께 공청회에 참석, 한국산 태양광 전지가 수입규제 대상에 포함되지 않도록 정부 입장을 전달할 계획이다.
추석 다음 날인 10월 5일에는 ITC가 대형 가정용 세탁기 수입으로 자국 산업이 피해를 봤는지 판정한다.
미국으로 세탁기를 수출하는 기업은 사실상 삼성전자와 LG전자 두 곳으로 ITC는 삼성과 LG 세탁기에 대한 세이프가드가 필요한지를 결정하는 것이다.
삼성전자와 LG전자는 최근 미국 현지공장 설립 계획을 밝히는 등 미국 정부의 우려를 해소하려고 노력해 왔다.
그러나 ITC가 태양광 전지에 대해 이미 자국 기업에 유리한 판정을 한 만큼 세탁기도 안심할 수 없는 상황이다.
산업부도 세이프가드를 막기 위해 정부 입장을 ITC에 개진했고 이날 발표를 주시하고 있다.
미국만이 문제가 아니다.
10월 6일에는 제네바 세계무역기구(WTO)에서 WTO 서비스무역이사회가 열린다.
당초 산업부는 10월 이사회에서 중국의 '사드 보복' 철회를 촉구할 계획이었다.
그러나 이후 청와대가 북한 도발에 대한 중국과 협력 유지를 이유로 WTO 제소에 부정적 입장을 보이자 이사회에서 문제를 제기하는 것까지 재검토에 들어갔다.
산업부는 지난 3월과 6월에 열린 서비스무역이사회에서 중국 정부의 한국 기업을 겨냥한 유통·관광 분야의 경제적 조치에 대해 항의했지만, 상황은 나아지지 않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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