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석 대목 '실종'…무료주차·경품행사 등 안간힘
(수원=연합뉴스) 강영훈 기자 = "몇 년 전만 해도 이맘때면 시장 전체가 손님으로 빽빽이 들어찼는데, 이제는 사람이 없어…"
추석 대목에 접어든 29일 오후 경기 수원시 전통시장인 지동시장의 40년 경력 수산물 판매상 임모(63)씨는 수년째 명절 특수를 누리지 못하고 있다고 토로했다.
그는 추석 성수 품목인 동태, 조기, 민어 등을 판매대에 진열해 놨지만, 아침 일찍 들여놓은 수산물이 낮까지 거의 그대로 남았다며 울상을 지었다.
임씨는 "추석 연휴를 앞두고서는 원래 사람과 차량으로 시장이 가득 차야 한다"며 "과거와 비교하면 손님이 10분의 1도 되지 않는다"고 하소연했다.
바로 옆 미나리광시장 초입에는 "동태포 5천원"이라는 우렁찬 상인의 목소리가 울려 퍼졌지만, 찾는 손님은 많지 않았다. 양옆으로 다닥다닥 붙은 채소 판매점도 사정은 마찬가지였다.
채소 판매상 진모(57)씨는 "눈으로 볼 땐 손님이 하나둘씩 오가는 것처럼 보여도 추석 대목이라고 하기에는 사람이 없어도 너무 없는 것이다"라며 "빨간 날인 내일부터 추석 전전날(10월 2일)까지 손님들이 많이 찾아주기를 기대한다"고 말했다.
정육점을 운영하는 김모(61·여)씨는 적(炙)을 만들 때 쓰는 설도 부위, 국거리인 앞다리, 사태, 양지 부위 등을 모두 한 근에 1만2천원씩, 지난해와 비슷한 가격에 취급하고 있으나 손님은 없다고 발만 동동 굴렀다.
김씨는 "많은 사람이 전통시장은 신용카드조차 받지 않아 찾기를 꺼린다고 하는데, 상인들은 단돈 1천원짜리라고 해도 카드를 받고 있다"며 "명절 특수를 누리지 못한 지 벌써 4∼5년은 된 것 같다"고 한숨을 내쉬었다.
선선한 날씨가 이어진 이날 수원 팔달문 일대 시장은 대부분 한산한 모습이었다.
추석 차례상 준비를 위해 시장에 나온 사람들은 추석 차례상을 예년보다 간소화할 것이라고 입을 모았다.
한 60대 여성은 "올해 추석에는 아들 식구들만 온다고 해서 5명만 모인다"며 "차례상 비용을 25만원 정도로 생각하고 있는데, 가면 갈수록 차림을 간소화하게 되는 것 같다"고 전했다.
최극렬 수원시 상인연합회장은 "전통시장에는 값싸고 질 좋은 농축산물이 준비돼 있으며, 백화점·대형마트보다 가격도 저렴하다"며 "추석 연휴 기간 주차장이 무료로 개방되며, 주변 도로에도 주·정차가 허용된다"고 말했다.
수원시 관계자는 "전통시장 살리기를 위해 추석맞이 경품행사 등 각종 이벤트를 준비하고 있다"며 "추석 이후인 다음 달 13일 수원 화성행궁에서 경기도 우수시장박람회가, 20∼22일에는 팔달문 시장거리축제 등이 이어진다"고 설명했다.
한편 한국농수산식품유통공사(aT) 조사 결과 올해 추석 차례상 구매 비용은 전통시장(21만8천889원)이 대형유통업체(30만3천596원)보다 저렴한 것으로 집계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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