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간 '도스토옙스키 고백록'
(서울=연합뉴스) 김계연 기자 = 러시아 문호 표도르 도스토옙스키(1821∼1881)는 대표작 '죄와 벌'의 제목을 원래 '고백록'으로 지으려고 했다. 장편 '미성년'을 쓰면서는 '자신을 위해 쓴, 위대한 죄인의 고백록'이라는 메모를 덧붙였다. 문예이론가 비하일 바흐친은 "도스토옙스키의 모든 작품은 하나의 단일한 고백록이다"라고 말했다.
'도스토옙스키 고백록'(을유문화사)은 고백이라는 키워드로 그의 작품세계를 새롭게 해석한 책이다. 중편소설 '지하로부터의 수기'와 사회비평 성격의 산문을 모은 '작가 일기'를 묶었다. '작가 일기'의 일부 글들은 한국어로 처음 번역된 것이다.
1864년작 '지하로부터의 수기'는 도스토옙스키의 작품세계에서 전환점이 되는 소설이다. '죄와 벌', '카라마조프가의 형제들' 등 이후 발표하는 장편소설의 주제를 암시하는 동시에 작가 자신의 모습이 투영됐기 때문이다.
"나는 병든 인간이다. 나는 악독한 인간이다. 나는 호감을 주지 못하는 인간이다." 독백으로 시작하는 이 소설은 자기만의 세계에 스스로를 가둔 한 남자의 수기이자 경험담이다. 최초의 실존주의 소설로도 꼽힌다. 이 작품을 쓸 때 부인 마리야 드미트리예브나는 폐결핵을 심하게 앓는 중이었고 작가 자신도 병적인 상태로 집필에 어려움을 겪고 있었다.
작품들을 엮고 옮긴 제윤씨는 "작가의 많은 작품들이 고백록적 형식으로 구상되었으나, 결국 '고백록'이라는 제목을 쓰지는 못했다. 이는 작품을 고백록으로 규정할 때 올 수 있는 작품에 대한 지나친 제한 때문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324쪽. 1만3천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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