종로서 학교전담 김현경 순경, 결손가정 아이 학교로 돌려보내
(서울=연합뉴스) 이효석 기자 = "학생 한 명이 학교를 안 나오고 있어요. 이대로면 유급될 게 뻔한데… 경찰에서 도와주세요."
5일 경찰에 따르면 올해 5월 서울 종로경찰서 여성청소년계에 관내 한 중학교 교사의 전화가 걸려왔다.
이 학교 3학년 A(15)양이 한 달 넘게 학교에 나오지 않는다는 신고였다.
학교전담경찰관(SPO) 김현경 순경은 A양 주변 친구들과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 등을 이용해 A양을 찾아 나섰다.
약 열흘 뒤 가까스로 만난 A양은 김 순경에게 "학교 재미없어요"라고 퉁명스럽게 말했다.
A양은 치매 초기 증상을 보이는 할머니, 남동생과 함께 단칸방에 살고 있었다. 따로 사는 부친이 이따금 보내는 적은 돈이 생활비였다.
이런 가정 상황 때문에 A양이 어릴 때부터 구청이나 사회복지기관 등 외부에서 찾아오는 이들이 많았다. 제대로 된 보살핌을 경험하지 못한 A양에게 낯선 어른들의 걱정과 도움의 손길은 모두 부담일 뿐이었다.
김 순경은 'A양의 언니가 돼야겠다'고 결심했다. 마치 '짝사랑'을 하는 것처럼 매일 A양에게 "뭐 해?", "밥은 먹었어?" 등의 메시지를 보냈다.
아예 답장을 하지 않거나 대꾸를 하더라도 단답형으로 일관하던 A양의 마음을 연 것은 '햄버거'였다. 김 순경은 A양이 "밥을 먹지 않았다"고 답한 날, 기회를 놓치지 않았다. "친구들 다 데리고 와!"라고 한 다음 A양과 친구들에게 햄버거를 샀다.
그러자 며칠 뒤 A양이 "친구가 빌린 돈을 갚지 않으면 어떻게 해야 하나요"라며 휴대전화 메신저로 먼저 말을 걸어왔다. 얼마 후에는 질문과 대답을 주고받는 '대화'가 가능해졌다.
8월 중순이 되자 학교에서 다시 김 순경에게 연락이 왔다. A양이 결석 일수가 너무 많아서, 2학기에 1주일만 더 빠지면 유급된다는 설명이었다.
김 순경은 A양을 만났다. 대뜸 자신의 중학교 시절 추억들을 늘어놓았다. 수업시간에 몰래 친구들과 간식을 먹었던 기억, 수업 끝나고 친구들과 노래방에 갔던 일 등을 얘기하자 A양도 비슷한 추억을 공유하며 즐거워했다.
대화가 끝날 무렵 A양이 조심스레 입을 열었다. "학교에 갈게요. 우선 중학교는 졸업하고 나서 고등학교에 갈지 말지 생각해 봐야겠어요."
현재 A양은 지각도 하지 않을 정도로 성실히 학교에 다닌다. 난생처음 '중간고사 공부'도 하고 있다고 한다. 아직 진로를 정하지는 못했지만, 김 순경을 만나면 웃으며 수다를 떨고 미래에 대한 고민도 가끔 털어놓는다.
종로서는 A양과 같은 학교 밖 청소년들에게 생필품을 지원하고 여성가족부의 '학교밖청소년지원센터 꿈드림'에 연결해 공부할 수 있도록 돕는 등 지원 프로그램을 펼치고 있다.
차의과대학과 업무협력(MOU)을 맺어 학교폭력 가·피해자나 학교 밖 청소년들에게 미술치료도 제공한다.
역시 학교폭력을 담당하는 이민영 순경은 "위기 청소년을 만나보면 한 명 한 명 아픔을 겪는 이유가 다 달라서 개별적인 접근법이 필요하다"면서 "좋은 '언니'가 되겠다는 마음으로 조심스레 다가가면 마음을 여는 게 느껴져서 고맙다"고 말했다.
hyo@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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