허현준 전 靑행정관 '세밀 지시' 정황…김기춘·조윤선 추가 수사
(서울=연합뉴스) 고동욱 기자 = 박근혜 정부가 기업들에 요구해 보수단체에 돈을 대주고 친정부 시위 등을 조장했다는 이른바 '화이트리스트' 의혹과 관련해 검찰이 관련자들에게 직권남용·강요 등 혐의를 적용해 사법처리할 방침이다.
9일 사정 당국에 따르면 서울중앙지검 특수3부(양석조 부장검사)는 지난달 보수단체에 자금을 댄 대기업 관계자들을 소환하고 지원받은 보수단체를 압수수색하는 등 사실관계를 파악하고 있다.
검찰은 이 과정에서 허현준 전 청와대 행정관이 보수단체 지원에 깊숙이 개입한 정황을 포착한 것으로 알려졌다.
그가 구체적으로 지원이 필요한 보수단체를 거론해 전경련과 대기업을 강하게 압박하는 방식으로 자금이 해당 단체로 흘러들어 가도록 했다는 것이다.
검찰은 지난달 뉴라이트 계열 '시대정신' 등 보수단체 10여곳을 압수수색해 허 전 행정관의 지시에 맞춰 대기업 자금이 유입된 흔적을 추적했다.
당시 압수수색 단체 중 상당수가 허 전 행정관이 청와대에 들어가기 전 사무국장으로 일했던 시대정신과 비슷한 계열로 분류되는 것으로 전해졌다.
검찰은 이런 지시가 허 전 행정관의 직위를 부당하게 이용한 직권남용과 강요 등에 해당한다고 본다.
검찰은 앞서 박영수 특별검사팀이 수사를 통해 밝혀낸 것 외에도 추가로 보수단체를 불법 지원하고 친정부 시위를 유도한 행위가 있었다는 것을 파악했다.
최근 청와대에서 발견돼 검찰로 넘어온 박근혜 정부 시절 문건 중 보수 논객 육성 프로그램 활성화, 보수단체 재정지원 대책 등과 관련해서도 정부기금 등이 일부 사용된 정황을 발견한 것으로 알려졌다.
검찰은 추석 연휴 이후 허 전 행정관을 피의자 신분으로 소환할 방침이다.
아울러 그의 '윗선'인 김기춘 전 청와대 비서실장, 청와대 정무수석을 지낸 조윤선 전 문화체육관광부 장관 등을 피의자로 조사하는 방안도 검토 중이다.
현재 두 사람은 검찰의 출석 요구에 불응하고 있다. 이들은 블랙리스트 사건의 피고인으로 기소돼 검찰이 부르려면 참고인 조사 성격이 되므로 강제할 방법이 없으나, 화이트리스트 의혹의 피의자가 되면 구인이 가능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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