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극히 사소한, 지독히 아득한·조플로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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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연합뉴스) 김계연 기자 = ▲ 나는 나를 간질일 수 없다 = 1987년 현대시학을 통해 등단한 시인 이희중의 세 번째 시집.
상처론·짜증론·간지럼론·사랑론·걱정론…. 뻔한 듯한 일상의 개념들을 새롭게 정의하며 관계와 인간의 내면을 들여다본다.
"간질이는 남의 몸짓과 이어지는 간지럼이라는 나의 느낌과 다시 이어지는 웃음이라는 나의 몸짓은 남과 나, 둘 사이에 일어나는, 몸보다 마음의 간여가 두드러지는, 행동과 느낌이 뒤섞이는, 관객을 배려하지 않는, 두 사람이 배우이자 관객인, 매우 복잡하고 아름다운 공연이다." ('간지럼론' 부분)
문학동네. 168쪽. 8천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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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지극히 사소한, 지독히 아득한 = 1992년 문화일보 신춘문예로 등단한 작가 임영태가 7년 만에 선보이는 장편소설.
지방 소읍의 한 편의점에서 야간 아르바이트로 생계를 유지하는 초로의 남자가 주인공으로 등장한다. 먹고사는 일에 무심하고, 그런 일에 저당 잡힌 인생을 시시하게 생각하던 주인공은 편의점 아르바이트를 하며 인생은 결국 살아내는 것임을 깨닫는다.
"이번 소설에서는 특히 생존 욕망과 가치 추구의 괴리를 들여다보았다. 먹지 않으면 죽는다는 단순하고 치명적인 생존 조건 아래에서 사람들은 어떤 노동이든 해야만 한다. 동시에 그것만큼 절실한 것이 '나는 왜 살아가는가' 하는 자기 존재의 의미이다. 여기엔 우열이 없다." ('작가의 말' 중)
마음서재. 208쪽. 1만2천원.
▲ 조플로야 = 19세기 초반 활동한 영국 고딕소설 작가 샬럿 대커의 1806년작.
열일곱 살 빅토리아는 뭇 여성들의 우상이었던 서른다섯 살 베렌차에게 연정을 느낀다. 경쟁심리에 베렌차를 차지하고서는 더이상 그를 욕망하지 않는다. 빅토리아의 관심은 약혼녀가 있는 엔리케로 옮겨간다. 자기보다 더 앳된 약혼녀 릴라를 없애기 위해 조플로야라는 존재의 도움을 받는다.
소설은 외설적이고 자극적이라는 이유로 혹평을 받기도 했다. 작가는 여성의 욕망을 죄악으로 여기며 억누르던 사회 분위기에 저항하고자 했다. 박재영 전북대 영어교육과 교수는 "샬럿을 당시 많은 여성의 억압된 욕망을 몸소 표출시킨 전위 예술가이자 여권 운동가로 봐야 한다"며 "궁극적으로 샬럿이 원한 것은 여성의 자치성, 자유, 욕망, 인권의 표출이었다"고 말했다.
을유문화사. 박재영 옮김. 444쪽. 1만5천원.
dada@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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