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시간 참고인 조사…"VIP가 누구인지 원세훈 前원장이 말할 때"
(서울=연합뉴스) 이보배 기자 = 이명박 정부 국가정보원이 공영방송 프로듀서(PD)와 기자 등을 대상으로 '블랙리스트'를 만들어 관리했다는 의혹과 관련해 국정원 문건에 '전 직원이 종북세력 뿌리 뽑기에 전력하겠다'는 내용이 담겼던 것으로 드러났다.
29일 오전 9시 54분께 서울중앙지검에 출석해 오후 6시 15분께 피해 조사를 마치고 나온 한학수 MBC PD는 "국정원의 공식 문건 중 '국정운영 저해세력 색출 활동 강화로 정부정책 추동력 배가'란 문단 맨 마지막에 적힌 '우리의 각오'를 보고 좀 놀랐다"며 A4용지에 직접 적어온 문구를 읽었다.
그가 써온 내용은 '국 전 직원은 지난해의 여소야대 정국 초래 종북좌파세력 척결 미진 등을 깊이 자성하고 금년에는 침과대적(창을 베고 적을 기다린다는 뜻)에 결연한 각오로 국정 흐름을 주도하면서 종북세력 뿌리 뽑기에 전력하겠습니다'였다. 이는 국정원의 여러 실·국·단 가운데 특정 국에서 작성한 문건으로 추정된다.
한 PD는 "개별 국정원 국의 공식적 문건에 이런 말을 쓸 수가 있는가. 국내 정치에 공공연하게 개입했고, 성과가 미진했단 것을 스스로 자성하면서 더더욱 개입하겠단 것"이라면서 "과연 우리나라의 정보기관인가, 이것이 정보기관이 맞는가란 생각을 했다"고 말했다.
한 PD는 조사를 받으면서 본 국정원 문건에서 '윗선'을 추정할 근거로 VIP라고 적힌 부분을 봤다고 주장했다.
그는 "다만 그것이 누구를 지칭하는 것인가에 대해서 논단하기는 아직까진 힘들다"면서 "원 전 원장이 말을 해야 할 부분이라고 생각한다"고 밝혔다.
또 "MBC란 조직을 완전히 자신의 수족 부리듯 운영하려고 하고 실제로 운영한 면에서 보면 방송사 하나를 통째로 말아먹은 게 아닌가란 생각이 든다"며 "국정원 직원에게 협조한 내부의 MBC 협력 공범자들에 대해서 밝혀져야 한다고 본다"고 강조했다.
한 PD는 2005년 'PD수첩'을 통해 황우석 박사의 줄기세포 논문 조작 의혹을 보도했다. 이명박 정부 시절부터 제작 일선에서 배제돼 지역 축제를 기획하거나 스케이트장을 관리하는 업무 등에 배치된 것으로 알려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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