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스탄불=연합뉴스) 하채림 특파원 = 터키 대통령이 이라크 쿠르드의 분리·독립 투표를 비난하며 그 배후를 '아라비아의 로런스'에 비유했다.
레제프 타이이프 에르도안 터키 대통령은 28일(현지시간) 앙카라 대통령궁에서 열린 경찰학교 졸업식에서 "또다른 (아라비아의) 로런스가 이번에는 성공하지 못할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이라크 쿠르드계의 독립 투표를 가리키며 "시리아에서 난 불이 우리나라로 번지지 않게 했듯이 이라크에서 벌어진 선동 시도를 저지할 것"이라고 다짐하며, '아라비아의 로런스'를 언급했다.
에르도안 대통령이 말한 아라비아의 로런스는 제1차 세계대전 중 오스만왕조에 대항해 일어난 아랍 봉기에 개입한 영국군 장교 토머스 에드워드 로런스(1888∼1935)를 가리킨다.
로런스는 데이비드 린 감독 영화 '아라비아의 로렌스'로 영웅화됐으나 실제 그의 활동에 대한 역사적 평가는 엇갈린다.
에르도안 대통령의 아라비아의 로런스 비유는 제1차 세계대전 당시 아랍의 봉기에 영국이 개입했듯이 이번 KRG의 독립 투표 배후에 서방이 관련됐다는 음모론을 제기하는 것으로 해석된다.
에르도안 대통령은 그러나 '또다른 로런스'가 어떤 세력을 가리키는지는 구체적으로 밝히지 않았다.
이날 터키 외교부는 대변인 명의로 성명을 내고 "미국과 국제사회는 이라크의 영토가 유지돼야 한다는 정책을 일관되고 단호하며 분명하게 견지하라"고 촉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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