송파소방서 지휘3팀 "정·사랑의 기운 필요할 것 같았어요"
(서울=연합뉴스) 현혜란 기자 = 지난 24일 새벽 서울 송파구 풍납동 올림픽대로에서 도로포장 작업을 하던 근로자 3명이 참변을 당했다. 졸음운전을 하던 택시가 그대로 이들을 덮쳐 위모(52)씨와 오모(55)씨가 숨졌고, 한모(53)씨는 중태에 빠졌다.
30일 서울 송파소방서에 따르면 당시 현장에 출동한 지휘3팀은 흡사 전쟁터를 떠올리게 하는 참혹한 현장에 아연실색했다. 택시는 반파됐고, 유일하게 의식이 남아있던 한씨의 비명이 울려 퍼졌다.
한씨는 서울 중구의 국립중앙의료원에서 다리, 어깨, 뇌 수술을 받고 중환자실에서 회복 중이다.
지휘3팀은 지난 27일 한씨가 입원한 병원을 찾아가 그의 아들 정민(24)씨에게 위로금을 전달했다.
이강균 소방관은 "추석 연휴를 일주일도 채 남기지 않고 발생한 사고라서 그런지 그때 모습이 잊히지 않았다"며 "참혹한 사고를 경험한 피해자와 그 가족이 겪는 외상후 스트레스를 치유하려면 따뜻한 정과 사랑의 기운이 필요할 것 같아 찾아오게 됐다"며 위로의 뜻을 전했다.
정민씨는 "수많은 사건·사고를 지켜봤을 소방대원분들에게 아버지는 그저 한 명의 피해자일 뿐일 텐데 잊지 않고 찾아와주셔서 감사할 따름"이라고 고마워했다.
그는 이어 "도로 한복판에서 작업하던 아버지도 그렇고 졸음운전을 한 택시기사분도 그렇고 근무 환경이 열악해서 사고가 난 것 아니겠냐"며 "사고를 낸 택시기사 분을 원망하고 싶지는 않다"고 말했다.
한편 이번 사고를 수사 중인 송파경찰서는 택시기사를 구속했고, 현장소장도 근로자의 안전 관리를 제대로 하지 않은 혐의(업무상 과실치사상)로 불구속 입건했다.
경찰 관계자는 "추석 연휴가 끝나는 대로 공사현장 근로자의 안전수칙 준수 여부와 택시회사가 휴식시간을 제대로 보장했는지 등을 폭넓게 살펴볼 계획"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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