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연합뉴스) 신창용 기자 = 예견됐던 가을야구 탈락이지만 경기 뒤 LG 트윈스 선수들은 착잡한 표정으로 1루 라인 쪽에 늘어섰다.
1루석 응원 팬들에게 고개 숙여 인사한 LG 선수단은 굳은 표정으로 빠르게 더그아웃으로 들어갔다.
LG 응원단장은 팬들에게 위로와 함께 내년 시즌의 희망을 소리쳐 외쳤지만, 두산 베어스의 승리를 축하하는 함성에 파묻혀 잘 들리지 않았다.
귀를 기울이거나 끝까지 남아 응원에 동참하려는 LG 팬들도 없었다.
조명은 하나둘씩 꺼졌고, LG 팬들은 어두워지는 잠실구장을 빠져나오기 위해 발걸음을 서둘렀다.
LG는 29일 잠실구장에서 두산에 3-5로 패해 포스트 시즌 탈락이 확정됐다.
LG로서는 절체절명의 위기에서 맞은 경기였다.
가을야구 트래직 넘버가 '1'이었던 LG는 이날 두산에 반드시 승리를 거두고 5위 SK 와이번스의 패배를 기대해야 하는 처지였다.
양상문 LG 감독은 이날 경기 전 취재진과 인터뷰에서 'SK의 경기 결과가 신경 쓰이지 않느냐'는 질문에 고개를 저었다.
그는 "선수들 다들 마지막까지 잘해보려는 마음이 크다"며 "타 구단 소식은 신경 쓰지 않는다. 무조건 우리가 이기고 봐야 한다"고 말했다.
가을야구 경쟁자인 SK는 이날 롯데 자이언츠에 2-7로 패했다. 하지만 결과적으로 타 구장 소식은 중요하지 않았다.
LG는 두산에 패하며 SK의 경기 결과를 따질 필요 없이 스스로 트래직 넘버를 삭제했다.
LG는 이날 두산 좌완 선발 장원준을 상대로 5회 말 2사까지 노히트로 꽁꽁 묶였다.
팀 평균자책점 1위임에도 솜방망이 타선 때문에 고전한 LG의 올 시즌을 압축해서 보여주는 듯했다.
타선이 침묵하자 올 시즌 두산전에서 1승 무패 평균자책점 1.25로 강했던 LG 선발 헨리 소사도 흔들렸다.
소사는 6⅔이닝 11피안타 5실점으로 무너지며 팀의 가을야구 불씨를 지켜내지 못했다.
답답하던 LG 타선은 채은성의 2루타로 물꼬를 텄다. 이어 백승현의 몸에 맞는 볼과 이형종의 좌전 안타가 터져 1점을 따라갔다.
LG는 5-1로 끌려가던 8회말 공격에서 2점을 더해 5-3으로 따라붙으며 추격의 발판을 마련했지만 더는 추가점이 나오지 않았다.
이날도 경기장엔 2만2천246명의 관중이 찾았다. 이 가운데 절반은 LG의 가을야구를 응원했을 것이다.
가을야구 가능성이 희박한 상황에서도 원정 응원까지 가며 LG를 응원했던 팬들도 한마음이었다.
하지만 이들은 씁쓸한 기분으로 경기장을 떠나야 했다.
보통 때였으면 경기 뒤 LG 팬들로 가득 찼을 중앙 출입구 주변에는 두산 선수 유니폼을 입은 팬들만이 눈에 띄었다.
LG의 가을을 상징하는 유광점퍼는 보이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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