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 비교적 경쟁 덜한 피겨 페어 선수 집중 육성
2011년 김정일 위원장이 빙상장 찾기도
(서울=연합뉴스) 김경윤 기자 = 피겨스케이팅 페어는 싱글보다 상대적으로 경쟁이 덜한 종목으로 알려졌다.
전 세계적으로 인프라가 적고 훈련량과 호흡으로도 좋은 성적을 기대할 수 있기 때문이다.
동계스포츠 저변이 부족한 북한은 일찌감치 피겨 페어를 동계스포츠 국제대회에서 메달 획득이 가능한 종목이라고 판단해 선수 육성에 힘썼다.
북한의 피겨스케이팅 페어 간판 렴대옥(18)-김주식(25·이상 대성산 체육단)조도 이런 배경 속에 나왔다.
렴대옥과 김주식은 각각 8살 때와 9살 때 피겨에 입문했는데, 싱글 선수로 활동하다 2015년 대성산 체육단 피겨팀 김현선 감독 밑에서 페어 선수로 짝을 맞췄다.
두 선수는 차근차근 계단을 밟고 올라갔다. 주로 피겨스케이팅 B급 국제대회에 참가하며 경험을 쌓았다.
지난해 11월엔 이탈리아 메라노 컵 대회 피겨 페어에서 우승을 차지했는데, 당시 피겨 페어엔 단 2개 조만 출전했다. 그나마 경쟁팀인 인도 조가 대회 도중 기권해 별다른 경쟁 없이 금메달을 목에 걸었다.
두 선수가 주목을 받은 건 올해 초에 열린 삿포로 동계아시안게임 때다
렴대옥-김주식 조는 총점 177.40점으로 중국 장하오-위샤오위(중국·223.08점), 중국 펑청-진양(중국·197.06점)조에 이어 동메달을 차지했다.
북한이 삿포로 동계아시안게임에서 거둔 유일한 메달이었다.
당시 김주식은 "하루에 3시간 정도 빙상 훈련, 4시간 정도 지상 훈련을 하고 일주일에 약 40시간을 훈련하고 있다"며 "운동을 잘해 전 세계를 잡아보고 싶다"고 말했다.
두 선수는 최근 실력이 급성장하며 2017 국제빙상경기연맹(ISU) 네벨혼 트로피 대회를 통해 2018 평창동계올림픽 진출권을 따냈다.
북한이 평창올림픽 출전을 결심한다면 피겨스케이팅 페어 종목에서 12년 만에 올림픽 무대를 다시 밟게 된다.
북한 당국은 피겨에 적잖은 공을 들이고 있다. 지난 2011년 12월 4일엔 김정일 전 국방위원장이 빙상장을 직접 찾아 선수들을 격려할 만큼 많은 관심을 드러냈다.
재일본조선인총연합회 기관지 조선신보는 "조선(북한)에서는 아이들이 다니는 피겨 청소년 클럽이 각지에서 운영되고 있으며, 여기서 발굴된 유능한 아이들이 (대성산)체육단에 들어가 전문교육을 받게 된다"고 전했다. 한금철, 로영명, 최향림, 로향미 등 유망주도 많다.
피겨 페어에서 거둔 국제대회 성적은 좋은 편이다. 북한은 지난 1986년 제1회 삿포로 동계아시안게임에서 피겨 페어 남혜영-김혁 조가 금메달을 획득했고, 2011년 아스타나-알마티 대회에서는 리지향-태원혁 조가 피겨 페어에서 동메달을 따내며 명맥을 이어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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