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분배 요구 커지면 보수·진보 양극화 심화…균형 잡힌 복지정책 필요"
(세종=연합뉴스) 민경락 기자 = 재분배 선호가 커질수록 세대별 정치 성향이 양극단으로 갈려 보수·진보 갈등이 심화할 수 있다는 주장이 나왔다.
최승문 한국조세재정연구원 부연구위원은 5일 '재분배 선호 및 정치적 성향 결정요인 분석' 보고서에서 가구와 개인의 다양한 특성이 재분배 선호와 정치적 성향에 미치는 영향을 분석했다.
분석 자료는 9차년도 재정패널 가구원 데이터를 사용했다.
재분배 선호는 소득 격차를 줄이기 위해 '개인의 노력'과 '정부의 정책' 중 어느 것이 중요한지를 묻는 말에 대한 답으로 측정했다.
소득 격차를 줄이기 위해 '정부의 정책'이 중요하다고 생각할수록 재분배 선호가 높다고 가정한 것이다.
개인의 경제적 특성, 거주지역, 연령 등 다양한 변수와 재분배 선호도·정치적 성향 간 회귀분석을 한 결과 가구주 소득과 재분배 선호 간 회귀분석 값은 -0.033으로 통계적으로 유의미한 것으로 분석됐다.
회귀분석 값이 음이면 두 변수의 방향이 반대라는 뜻이므로 소득이 높을수록 재분배 선호가 낮다는 의미다.
영남 지방에 거주하는 사람들일수록 재분배 선호(-1.00)가 낮지만 호남지방에 거주하는 사람들은 재분배 선호(0.331)가 높았다.
다만 가구주의 경우 거주지역이 재분배 선호에 유의미한 영향을 미쳤지만 자녀 세대는 그렇지 않았다.
정치적 성향 분석 결과 50세 이상 세대는 재분배 선호가 높을수록 정치적으로 보수일 확률(0.129)이 높았다.
반대로 50세 미만은 재분배 선호가 높을수록 정치적으로 진보일 확률(-0.088)이 높아져 대조를 이뤘다.
재분배에 대한 수요가 높을수록 정치적으로 뚜렷한 이념적 성향을 갖게 되는 점은 같지만 그 방향은 정반대인 셈이다.
보고서는 "50세 미만 세대는 진보정당이, 50세 이상 세대는 보수 정당이 본인들을 위한 재분배를 제공해줄 것으로 생각하기 때문일 수 있다"고 분석했다.
가령 기초연금 등과 같은 노인 복지 확대 정책은 보수 정당이, 양육지원 등 30∼40대를 위한 복지정책은 진보정당이 더 적극적일 것이라는 믿음이 깔려 있어 재분배 선호가 똑같이 커도 정치 성향이 반대로 나타날 수 있다는 것이다.
논문은 "재분배 정책에 대한 수요는 연령대와 관계없이 커지고 있지만 이 경우 정치적으로는 오히려 세대별 양극화가 심해질 우려가 있다"라며 "진보·보수 정치권은 전 연령대에 걸쳐 균형 잡힌 복지정책을 설계할 필요가 있다"고 제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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