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 행정부 자화자찬 정면으로 비판
(로스앤젤레스=연합뉴스) 옥철 특파원 = 허리케인 '마리아'가 직격하면서 섬 전체가 폐허로 변하고 주민 절반이 암흑 속에서 사투를 벌이고 있는 미국령 푸에르토리코 수도 산후안의 율린 크루스 시장이 도널드 트럼프 미 대통령 행정부의 '자화자찬'에 분통을 터트렸다.
일레인 듀크 국토안보부 장관대행이 푸에르토리코 재난 사태에 대한 정부의 대처에 매우 만족한다는 반응을 보이자 발끈한 것이다.
듀크 장관대행은 "(섬을) 그렇게 황폐화한 허리케인에도 인명 피해가 제한적이었다는 점에서 그건 좋은 뉴스라는 걸 알고 있다"고 말했다.
크루스 시장은 29일(현지시간) CNN에서 듀크의 말을 전해 듣고는 "무책임한 발언"이라고 비난했다.
그는 "그녀(듀크 장관대행) 입장에선 좋은 뉴스일지 몰라도 절벽에서 겨우 마실 물에 목을 적시고 아이에게 줄 음식이 없을 때 그건 좋은 뉴스가 아니다"라고 말했다.
크루스 시장은 흥분한 듯 "제기랄, 이건 좋은 뉴스 스토리가 아니다. 이건 사람들이 죽어가는 얘기이고 삶과 죽음에 관한 얘기"라며 열을 올렸다.
그는 트럼프 행정부의 미온적 대처를 꼬집 듯 "여기 이 섬에 와서 상황이 어떤지 한번 보라고 했다. 그러고도 그런 말을 한다면 솔직히 정말 무책임한 것"이라고 말했다.
듀크 장관대행도 푸에르토리코를 둘러볼 예정이다.
듀크 장관대행은 "공동체가 복구를 위해 단합하는 걸 보는 것은 좋은 일"이라고 한가롭게 말해 구설에 올랐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날 푸에르토리코의 피해 복구 문제에 대해 "재건비용과 관련해 큰 결정들이 내려져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허리케인 '하비', '어마'가 각각 휩쓸고 간 미 본토 텍사스, 플로리다 주에는 발빠르게 찾아간 반면 푸에르토리코 재난 상황은 상대적으로 등한시하는 모습을 보여 비판을 받았다.
특히 지난 주말 내내 미국프로풋볼(NFL) 선수·구단과 국민의례 거부 논란을 놓고 티격태격하는 모습을 보인 점이 비판을 부채질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런 점을 의식한 듯 다음 달 3일 푸에르토리코를 방문하겠다고 약속했다.
oakchul@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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