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니어 GP '첫 금메달'·주니어 그랑프리 최종전 '첫 출전' 주인공
네벨혼 통해 올림픽 티켓 확보한 '첫 한국 선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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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연합뉴스) 이영호 기자 = "열심히 한 만큼 보상받은 것 같아 기분이 좋습니다."
한국 피겨 남자싱글의 '맏형' 이준형(단국대)이 그동안 장식해온 '최초 퍼레이드'에 또 하나의 전리품을 쌓았다. 한국 남자 피겨 첫 ISU 공인 대회 금메달과 첫 주니어 그랑프리 파이널 진출에 이어 네벨혼 트로피를 통해 올림픽 출전권을 완성한 '1호 한국 선수'의 타이틀을 추가했다.
이준형은 30일(한국시간) 독일 오버스트도르프에서 열린 2017 국제빙상경기연맹(ISU) 네벨혼 트로피에서 총점 222.89점으로 종합 5위를 차지하며 당당하게 2018 평창동계올림픽 남자싱글 출전권을 한국에 선물했다.
이번 대회에서 이준형은 '쇼트프로그램·프리스케이팅·총점에서 모두 '최고점 3종 세트'를 완성했다.
29일 쇼트프로그램에서 74.37점을 받아 지난해 3월 세계선수권대회에서 작성한 자신의 ISU 공인 쇼트프로그램 최고점(70.05점)보다 4.32점 상승시킨 이준형은 이날 프리스케이팅에서도 2014년 8월 주니어 그랑프리 1차 대회에서 우승할 작성한 자신의 기존 ISU 공인 최고점(135.93점)을 무려 12.59점이나 끌어올렸다.
쇼트프로그램과 프리스케이팅에서 모두 최고점을 찍은 이준형은 총점에서도 2014년 주니어 그랑프리 7차 대회에서 작성했던 기존 최고점(203.92점)을 18.97점이나 높이는 성과를 앞세워 맏형의 자존심을 세웠다.
네벨혼 트로피에는 6장의 평창올림픽 출전권이 주어지는 가운데 이준형은 지난 4월 세계선수권대회에서 출전권을 확보하지 못한 국가 가운데 네 번째로 높은 순위를 확정하며 '평창행 티켓'을 품에 안았다.
지금까지 한국 선수가 '올림픽 출전 자격대회'로 치러진 네벨혼 트로피를 통해 올림픽 티켓을 따낸 것은 이준형이 처음이다.
이준형의 활약으로 한국은 2002년 솔트레이크시티 동계올림픽에 이규현이 출전한 이후 명맥이 끊겼던 '올림픽 남자 싱글 무대'에 무려 16년 만에 다시 서게 됐다.
피겨팬들에게 커다란 '추석선물'을 안겨준 이준형은 남자 싱글에서 '최초'라는 타이틀이 익숙하다.
이준형은 2011년 10월 이탈리아 밀라노에서 열린 2011-2012 ISU 주니어 그랑프리 6차 대회에서 총점 176.48점으로 동메달을 목에 걸었다.
당시 이준형의 동메달을 ISU 주관 대회에서 한국 남자 선수가 따낸 첫 메달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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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는 마침내 2014년 8월 한국 남자 피겨에 또 하나의 역사를 남겼다.
이준형은 2014년 8월 프랑스 쿠르쉐벨에서 열린 2014-2015 주니어 그랑프리 1차대회에서 총점 203.81로 당당히 금메달을 목에 걸었다. 한국 남자 피겨 선수로는 첫 주니어 그랑프리 우승이자 ISU 공인 국제 대회 최초의 금메달이었다.
'피겨퀸' 김연아의 영향으로 여자 싱글에서는 유망주가 계속 등장했지만 선수층이 얇은 남자 싱글에서는 독보적인 기록이었다.
하지만 이준형은 2015년 뜻하지 않은 교통사고로 허리를 다치면서 디스크 증세로 힘겨운 시간을 보내야 했다.
그해 말에는 2016 세계선수권대회를 준비하는 과정에서 스케이트날에 찔려 오른쪽 정강이를 8바늘이나 꿰매는 악재까지 만났다.
불운이 겹치던 이준형은 다시 이를 악물었고, 이준형은 지난 7월 2018 평창동계올림픽 대표선수 1차 선발전에서 몸 상태를 고려해 쿼드러플(4회전) 점프 없는 안전한 프로그램을 앞세워 당당히 우승하고 네벨혼 트로피 출전권을 따냈다.
네벨혼 트로피에서도 이준형은 기본에 충실했고, 최고점 행진을 거듭하면서 한국 남자피겨가 16년 만에 동계올림픽 무대로 돌아가는 데 일등공신이 됐다.
특히 이준형은 네벨혼 트로피를 통해 동계올림픽 출전권을 따낸 '1호 한국 선수'라는 타이틀도 완성했다.
네벨혼 트로피는 2009년 대회부터 올림픽 출전 자격대회로 치러졌다. 2009년 대회와 2013년 대회 때 각각 김민석(피겨 코치)과 김진서(한국체대)가 도전했지만 모두 실패한 바 있다.
그는 이번 대회를 앞두고 "네벨혼 트로피에서 반드시 평창올림픽 피겨 남자 싱글 출전권을 따오겠습니다"라고 말했지만, 심리적 부담감이 컸다. 이 때문에 이번 대회를 앞두고 출국하면서 공식 인터뷰조차 삼가고 결전의 장소를 떠났다.
마음고생을 딛고 평창행 티켓을 완성한 이준형은 매니지먼트사인 올댓스포츠를 통해 "열심히 한 만큼 보상받은 것 같아 기쁘다"라고 소감을 전했다.
그는 "압박감도 있었고 부담감도 컸지만 열심히 연습했던 것만 믿고 경기를 잘했다"라며 "코치 선생님은 물론 (김)연아 누나도 많이 좋아해 주셨다. 어머니도 말씀을 많이 해 주셔서 큰 도움이 됐다"고 강조했다.
이준형은 "대표선발전이 두 차례 남았는데 쿼드러플 점프를 완성하는 게 목표"라고 다부진 각오를 다졌다.
horn90@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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