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콕=연합뉴스) 김상훈 특파원 = 실형이 예상되는 선고공판을 앞두고 잠적한 뒤 궐석재판에서 5년형을 받은 잉락 친나왓 전 태국 총리에 대한 태국 군부정권의 압박이 본격화하고 있다.
30일 현지 언론에 따르면 태국 경찰청은 전날 해외로 도피한 것으로 알려진 잉락 전 총리의 여권 말소 작업에 착수했다.
크릿사나 팟타나차런 부청장은 "경찰은 외무부에 서한을 보내 잉락의 여권 말소를 요청했으며, 대법원이 체포 영장을 발부함에 따라 잉락을 검거하기 위한 소재 파악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또 "우리는 인터폴을 통해 전 세계 190여 개 회원국에 청색 수배(blue notice)령을 내렸다"고 덧붙였다.
잉락을 본국으로 송환하려면 그가 정치적 보복의 피해자가 아닌 범죄자라는 사실을 입증해야 하는 데다, 잉락이 태국과 범죄인 인도 조약을 체결한 국가에 머물러 있어야 한다.
그러나 잉락의 소재는 여전히 오리무중이다.
태국 군부 정권 지도자들은 잉락이 여전히 아랍에미리트(UAE) 두바이에 있는 것으로 파악하고 있으나, CNN 등 일부 외신은 그가 영국으로 건너가 정치적 망명을 준비 중이라고 전했다.
영국의 경우 태국과 범죄인 인도조약을 체결한 국가지만 UAE는 아니다.
또 군부 쿠데타 이후 총리직에서 축출되고 재임 중 실행한 정책과 관련해 실형을 받은 잉락을 단순한 범죄자로 낙인찍을 수 있을지도 미지수다.
전직 의원인 왓차라 펫통은 "잉락을 송환하려면 그가 정치적 망명을 추진하는 정객이 아니라 사법권을 농락하고 도주한 기결수라는 점을 국제사회에 즉각 알려야 한다"고 말했다.
태국의 첫 여성 총리였던 잉락은 재임 중이던 2011∼2014년 농가 소득보전을 위해 시장가보다 높은 가격에 쌀을 수매하는 '포퓰리즘' 성격의 정책을 폈다.
이는 탁신 일가의 정치적 기반인 북동부(이산) 지역의 농민들에게서 큰 호응을 받았지만, 쿠데타 이후 부메랑이 되어 돌아왔다.
2014년 쿠데타를 일으켜 잉락 정부를 무너뜨린 군부는 잉락을 쌀 수매 관련 부정부패 혐의로 탄핵해 5년간 정치 활동을 금지했고, 검찰은 재정손실과 부정부패를 방치했다면서 그를 법정에 세웠다.
대법원은 민사소송에서 지난해 10월 잉락에게 무려 350억 바트(약 1조1천800억 원)의 추징금을 부과했다.
법원은 이와 별도로 쌀 수매와 수매한 쌀의 판매 과정에서 벌어진 부정부패를 방치한 직무유기 혐의에 대한 형사 재판도 진행해왔다.
이런 일련의 재판이 정치적 보복이라고 주장해온 잉락은 지난달 25일 실형이 예상되는 선고공판을 앞두고 자취를 감췄고, 대법원 형사부는 지난 27일 궐석재판을 통해 직무유기 혐의에 대해 유죄를 확정하고 5년의 징역형을 선고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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