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대회 앞두고 신병처리 속전속결…중형 선고 가능성도
(상하이=연합뉴스) 정주호 특파원 = 중국의 유력한 차기 지도자였던 쑨정차이(孫政才) 전 충칭(重慶)시 서기가 결국 저우융캉(周永康), 링지화(令計劃) 급의 비리 인사로 낙인찍히며 공식 낙마했다.
중국 공산당 중앙정치국은 29일 쑨 전 서기에 대한 중앙기율검사위원회의 조사를 통해 범죄 혐의가 확인됐다며 그에 대해 쌍개(雙開·당적과 공직 박탈) 처분을 내리기로 결정했다고 신화통신이 전했다.
지난 7월14일 쑨 전 서기에 대한 조사가 시작된 지 두 달 반 만이다. 보시라이(薄熙來) 전 충칭시 서기는 조사 시작에서 쌍개 처분까지 6개월, 저우융캉 전 정치국 상무위원은 1년이 걸렸다.
쑨 전 서기에 대한 전례 없이 신속한 신병처리는 내달 18일 열리는 제19차 전국대표대회(19대)의 순조로운 개최를 감안한 조치로 보인다.
쑨 전 서기의 쌍개 처분은 내달 11일 열리는 제18기 중앙위원회 7차 전체회의(18기 7중전회)에서 공식 추인될 것으로 예상된다.
특히 중국 당국은 쑨 전 서기 혐의의 위중성을 강조했다.
중앙기율위는 "쑨 전 서기가 직권을 이용한 사적 이익 취득, 본인과 가족을 통한 거액의 뇌물 수수, 인사 비리, 조직 기밀 유출 등 당의 기율과 규정을 엄중히 위반했다"고 밝혔다.
중앙기율위가 쌍개 처분 외에 쑨 전 서기의 범죄 혐의를 사법기관에 이관하기로 함에 따라 쑨 전 서기는 중형을 선고받고 교도소에 장기 수감될 가능성이 커졌다.
특히 쑨 전 서기는 앞서 비리로 낙마한 저우융캉, 보시라이, 링지화, 궈보슝(郭伯雄), 쉬차이허우(徐才厚)와 같은 급의 '부패 6인방'으로 지목됐다.
19차 당대회를 앞두고 베이징(北京)에서 열리고 있는 '단련·전진의 5년' 전시회에서 쑨정차이는 이들 5명의 비리 인사와 함께 '중대한 정치적 우환'으로 꼽혀 사진이 내걸렸다.
최근 홍콩 매체에서는 쑨 전 서기가 일대일로(一帶一路:육상·해상 실크로드) 자금 10억 위안을 유용했으며, 홍콩에 내연녀와 사생아를 두고 있다는 근거 없는 소문을 전하기도 했다.
충칭의 핀테크 기업인 이잔푸(億贊普)와 유착관계를 맺고 있다는 소문도 흘러나왔다. 실제 현재 이 회사의 주요 경영진들은 모두 연락이 끊긴 상태여서 조사를 받고 있을 가능성이 있다.
지난 25일 54세 생일을 지낸 쑨 전 서기는 농업 전문가로 베이징시 요직과 농업부장, 지린(吉林)시 서기를 거쳐 후춘화(胡春華) 광둥(廣東)서기와 함께 차기 지도자의 길을 걸어온 인물이다.
2012년 18차 당대회에서 최연소자로 정치국 위원에 오른 그는 중국 공산당 관례대로라면 오는 2022년 20차 당대회에서 총리에 올라야 했다. 하지만 19차 당대회를 앞두고 시진핑(習近平) 주석의 1인 권력이 강화되는 과정에서 돌연 면직과 함께 비리 혐의 조사를 받아왔다.
쑨 전 서기의 공식 낙마에 따라 이미 선출이 끝난 충칭시 대표들의 자격이 대거 취소됐다. 홍콩 명보(明報)는 충칭시가 지난 5월 선출한 43명의 19차 당대회 대표 가운데 14명이 이미 대표 자격 취소 처분을 받았다고 보도했다.
이들은 쩡칭훙(曾慶紅) 충칭시 조직부장을 비롯한 충칭시 당위원회 상무위원 5명과 선샤오중(沈曉鐘) 충칭시 발전개혁위원회 주임 등 행정관료 8명으로 대부분 쑨 전 서기의 측근 인사들인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따라 19차 당대회에 참석할 대표는 당초 정원 2천300명에서 13명 줄어든 2천287명이 됐다.
jooho@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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