푸르메재단 노인 정기후원자 매년 150∼200명 유지…1억원 고액 기부자도
(서울=연합뉴스) 이효석 기자 = 경기 불황으로 기부 문화가 크게 위축됐어도 '노인 기부'는 줄지 않고 있다.
'노인의 날'인 2일 푸르메재단에 따르면 이수옥(75) 할머니는 작은 영구임대아파트에 25년째 사는 기초생활수급자지만 3년째 매달 1만원씩 재단에 정기 후원을 하고 있다.
"2014년에 텔레비전을 보다가 푸르메재단이 장애 어린이 재활병원을 짓겠다며 모금하는 광고를 봤어. 내 아이가 장애가 있다고 생각하니까 너무 가슴이 아프더라고."
국제아동지원단체 광고를 볼 때 아프리카 어린이를 돕고 싶어도 월 3만원이 부담스러웠던 이 할머니는 월 1만원으로 장애어린이병원 건립에 힘을 보탤 수 있다는 광고를 보고서 곧바로 수화기를 들었다.
이 할머니는 "기초연금하고 생계급여로 먹고산다. 사회 도움을 받고 있으니까 얼마가 됐든 조금씩이라도 갚고 싶었다"며 "쥐꼬리만 해도 생애 첫 정기 후원을 하니까 '나도 나눌 수 있다'는 생각에 무척 보람됐다"고 말했다.
기부는 또 다른 기부를 낳는다. 이 할머니는 연말에 교회를 통해 소년·소녀 가장과 홀몸노인에게 쌀을 전달하고 있다. 매일 점심마다 치매를 앓는 옆집 할머니 집에 들러 혹시 밥을 거르지는 않는지 챙기기도 한다.
초등학생 때 6·25가 터졌고 휴전 후에는 학교 대신 공장에 다녔다는 이 할머니는 "기득권층이 '갑질'하고 비리 저지르는 뉴스를 보면 어린 세대가 걱정된다"면서 "어린이에게 희망이 있는 사회가 됐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이 할머니처럼 푸르메재단에 후원금을 건네는 65세 이상 노인은 경기에 상관없이 매년 150∼200명 수준을 유지한다.
어르신들이 앞장서서 우리 사회 희망인 어린이가 잘 클 수 있도록 도우며 기부 문화를 확산시키는 것이다.
이 중에는 수천만원에서 1억원의 거금이나 부동산을 쾌척하면서 다음 세대를 향한 애정을 아낌없이 보여주는 고액 기부자도 있다. 1억원을 기부한 65세 이상 노인 고액 기부자는 2015년에 한 명이 있었고, 지난해에도 한 명이 나왔다.
이들 외에 대부분의 노인 후원자는 "나도 장애아이를 키웠다", "몸이 아픈 아이들을 위해 잘 써 달라" 등의 당부와 함께 매달 수천∼수만원을 조용히 건네는 정기 후원자들이라고 한다.
고액 기부자를 제외하면 2015년 노인 141명이 총 1억1천480여만원을, 2016년에는 213명이 총 1억1천120여만원을 기부했다. 올해는 최근까지 167명이 4천40여만원을 재단에 건넸다.
백경학 푸르메재단 상임이사는 "소액 정기 후원을 하는 노인분들은 대부분 정년을 마치고 퇴임하신 분들이라 본인이 사회에서 혜택을 받았다고 생각하신다"며 "'어른'으로서 사회문제에 동참해야 한다는 인식이 확산하는 것 같다"고 말했다.
hyo@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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