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노이=연합뉴스) 김문성 특파원 = 필리핀 감옥이 '마약과의 전쟁' 여파로 북새통을 이루면서 수감자들에게 식사도 제대로 못 줄 정도의 열악한 상황으로 치닫고 있다.
1일 일간 인콰이어러 등 현지 언론에 따르면 구치소와 교도소 등 400개 넘는 필리핀 구금시설의 수감자들에 대한 올해 급식 예산 23억2천 페소(약 523억 원)가 이달 중순이면 소진될 것으로 예상된다.
이는 지난 6월 말 기준 수감자가 마약사범 9만7천여 명을 포함해 14만2천여 명으로, 예산을 짤 때 예상한 10만6천여 명을 크게 웃돌고 있기 때문이다. 현재 수감자는 15만 명에 이른 것으로 추정된다.
필리핀 정부가 작년 6월 말 로드리고 두테르테 대통령 취임 이후 대대적 마약사범 단속을 벌여 수감자가 적정 수용인 원의 7배가량을 초과한 가운데 수감자 1인당 하루 60페소(약 1천400원)를 배정한 급식비마저 바닥을 보인 것이다. 추가 예산이 확보되지 않으면 급식량을 줄여야 한다.
이런 문제를 지적한 랠프 렉토 상원의원은 "기아 캠프가 아닌 감옥을 운영해야 한다"며 관련 예산 증액의 필요성을 강조했다.
필리핀 감옥은 수감자 급증으로 변기 등 기본적인 생활시설이 부족해 에이즈(후천성면역결핍증)를 비롯한 각종 질병이 확산할 수 있다는 우려가 일찌감치 제기됐지만, 예산 문제로 수감시설 확장은 제대로 이뤄지지 않고 있다.
필리핀에서는 보석제도가 활성화돼있지만, 상당수 범죄 용의자는 빈민층으로 보석보다 감옥을 선택해 수감시설 과밀현상이 악화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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