복권, 가난할수록 소득 대비 많이 산다…"역진세 맞다"

입력 2017-10-05 08: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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복권, 가난할수록 소득 대비 많이 산다…"역진세 맞다"

기존 연구 반박 논문…"복권 판매 구조를 조세 형평성 맞게 개편해야"

여성이고 빚 적으며 학력 높을수록 복권 적게 사는 경향

(세종=연합뉴스) 이대희 기자 = 복권은 정부가 독점적으로 공급하는 특성 등으로 볼 때 사실상 세금의 성격을 띤다.

소득과 비교할 때 저소득층이 더 많이 구매하는 경향이 있다는 점을 함께 고려한다면, 저소득층이 더 높은 세 부담을 지는 이른바 '역진세' 성격을 띤다는 것이 세간의 인식이다.

학계의 인식은 조금 다르다. 역진세 성격은 외국 복권과는 달리 한국 복권에서는 나타나지 않거나 발견되지 않는다는 것이 그동안의 정설이었다.

하지만 이를 반박하는 보다 실증적인 연구 결과가 나와, 복권 판매 구조 등 정책을 조세 형평성에 맞게 개편해야 한다는 주장이 제기됐다.

최필선 건국대 국제무역학과 교수와 민인식 경희대 경제학과 교수는 5일 '재정패널조사를 이용한 우리나라 복권지출의 역진성 분석' 논문에서 학계의 기존 연구와는 다른 실증분석 결과를 제시했다.

논문은 복권이 담배가 유사한 점이 많지만 조세 역진성과 관련한 실증분석이 적다는 점에 주목했다.

담배는 저소득 계층일수록 많이 피우는 경향이 있으므로 역진성이 극도로 높다는 점을 대부분 공감하고 있다고 논문은 지적했다. 하지만 복권은 상황이 다르다는 것이다.

최근 복권 연구는 "일반적으로 언급되는 복권의 역진성 주장은 객관적 자료에 따라 실증된 주장이라고 보기 어렵다"는 결론을 내렸다.

논문은 이에 따라 객관적이라고 볼 수 있는 한국조세재정연구원의 '재정패널조사'를 이용해 2008∼2016년 5천여 가구의 소득과 복권지출 관계를 분석했다.

복권을 산 가구만을 대상으로 연간 복권구입액을 분석한 결과 2008∼2016년 전체 연간 복권 구입금액은 22만4천원이었다. 복권을 사는 가구는 매월 약 2만원을 복권 구입에 사용한 셈이다.

소득분위별 분석 결과 저소득층일수록 소득 대비 복권구입액의 비율이 높았다.

소득 1분위(하위 20%)는 소득 대비 복권구입액 비율이 0.21%로 가장 높았고, 소득이 증가할수록 비율은 점차 감소해 소득 5분위(상위 20%)는 0.05%까지 떨어지는 것으로 분석됐다.

저소득층일수록 복권에 상대적으로 더 많은 돈을 쓴다는 뜻으로, 역진세 성격이 존재함을 파악할 수 있다.

논문은 더 정확한 소득과 복권지출의 관계를 분석하기 위해 '토빗모형'(Tobit model)을 사용, 복권의 소득탄력성을 분석했다.

만약 복권의 소득탄력성이 1보다 작다면, 소득이 1% 높아질 때 복권지출의 증가는 1% 미만이라는 것을 의미한다. 소득이 증가하는 만큼 복권지출이 증가하지 않는다는 것으로, 역진적 성격을 지닌다는 뜻이다.

반대로 1보다 크다면 소득 증가보다 복권지출 증가 속도가 빠르다는 의미가 된다. 다시 말해 누진세 성격이 나타난다는 뜻이다.

분석 결과 복권의 소득탄력성은 다른 조건을 모두 같다고 가정할 때 0.183∼0.315로 나타났다.

탄력성의 크기가 1에 크게 못 미친다는 점에서 한국의 복권은 역진세 성격을 지니고 있다는 점이 증명됐다고 논문은 결론을 내렸다.

이러한 결과는 미국이나 캐나다 등 외국의 복권이 소득탄력성이 0.5 이하라는 점과 유사한 결과다.

논문은 조사 과정에서 다른 조건과 복권지출의 관계도 분석했다.

그 결과 가구주가 여성일 때, 학력이 높을수록, 빚이 없을수록 복권지출을 덜 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논문은 복권의 역진세 성격과 관련한 세간의 인식과 연구 결과가 일치함에 따라 조세 형평성에 맞는 정책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논문은 "실증적인 근거에 따라 분석한 결과 한국의 복권은 역진세적 성격을 지니고 있다는 점을 확인할 수 있었다"며 "당첨금 반환비율 상향 등 복권 판매 구조를 정책적으로 다시 고려할 필요가 있다"고 제언했다.




2vs2@yna.co.kr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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