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용인=연합뉴스) 권훈 기자= "시드를 걱정하던 처지라 기쁨이 두 배네요."
1일 경기도 용인 88 컨트리클럽(파72)에서 열린 한국여자프로골프(KLPGA)투어 팬텀 클래식에서 역전 우승을 차지한 2년차 이다연(20)은 아직도 우승이 실감 나지 않는다는 표정이었다.
이다연은 이 대회 직전까지 상금순위 78위에 그쳐 60위까지 주는 내년 시드 확보가 발등의 불이었다.
남은 5개 대회에서 상금순위 60위 이내에 진입하려면 5천만원 가량 더 상금을 모아야 했던 이다연은 이번 우승으로 2019년까지 시드를 확보했다.
이다연은 올해 국내 개막전을 열흘 앞두고 동네 뒷산에 운동 삼아 올랐다가 왼쪽 발목 인대가 끊어지는 부상을 당해 시즌 전반 11개 대회를 뛰지 못해 이번이 시즌 13번째 출전이었다.
이다연은 "우승은 엄두도 내지 못했다. 경기 내내 스코어판도 거의 보지 않았다. 캐디를 봐주신 아빠와 순간순간마다 후회하지 않는 플레이를 하자고 다짐했다"고 말했다.
18번홀 그린 옆에서 오지현(21)의 버디 퍼트가 빗나가면서 우승이 확정됐을 때도 이다연은 "얼떨떨하기만 했다"고 당시 심정을 밝혔다.
"사실 2등을 해도 내년 시드 확보가 가능하겠다는 생각에 마음이 편했다. 연장을 가더라도 큰 부담 없이 할 수 있을 것 같았다."
이다연이 이번 우승을 "간절함의 결과물"이라고 말한 이유다. 시드를 꼭 따야겠다는 절박감이 첫 우승까지 만들어준 셈이라는 설명이다.
"지난달 보그너 MBN 여자오픈 때부터 샷 감각이 계속 좋았다. 감 좋을 때 성적 내보자는 생각이 강했다. 또 3, 4라운드 때 성적이 좋지 않아 뒷심 약한 선수라는 말을 듣지 말아야겠다는 다짐도 했다."
이다연은 그래도 상금 보태서 시드를 확보한 것보다 우승으로 시드를 딴 게 더 기쁘다고 말했다.
국가대표 시절 함께 경쟁했던 이정은(21), 이소영(20) 등에 비해 주니어 때부터 큰 대회 우승이 없었고 프로 무대에 와서도 뒤처지는 느낌이었다고 이다연은 솔직하게 털어놨다.
첫 우승이라는 숙제를 해결한 이다연은 "언젠가 미국 무대로 진출해 명예의 전당에 들어가는 게 꿈"이라고 포부도 밝혔다.
157㎝의 단신이지만 이다연은 250m를 예사로 치는 장타력을 지녔다.
"올해는 작년보다 거리가 더 늘었고 아이언샷도 훨씬 정확해졌다. 이번 대회에서는 퍼팅도 잘 됐다"는 이다연은 "이제 남은 대회는 매 라운드 언더파 스코어를 목표를 치겠다"고 말했다.
이다연은 지난해 이 대회에서 7위를 차지하면서 상금랭킹 63위에서 58위로 뛰어올라 올해 시드를 확보했다.
이다연은 "작년에 잘했으니 올해도 잘할 것이라는 자신감이 있었다"며 "이 대회와 좋은 인연이 있는 것 같다"고 덧붙였다.
이다연의 아버지 이홍영(54)씨는 딸의 캐디를 맡았다. 전문 캐디를 쓰다가 지난달 BMW 레이디스 챔피언십부터 백을 메기 시작해 이번이 세 번째 대회였다.
작년에도 시즌 막판 5개 대회는 이 씨가 캐디를 맡았다.
"시드가 아슬아슬할 때 아버지가 캐디를 맡아 2년 연속 좋은 결과가 나왔다"는 이다연은 "큰 집이라 연휴 때 집에 친척들이 다 모이는데 행복한 추석 연휴를 즐기게 됐다. 아버지께 큰 효도를 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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