첫 50홈런 시대 열며 23년간 한일 통산 624홈런 기록
KBO리그, 최초의 은퇴 투어로 '국민타자' 배웅
마지막 경기는 아내, 두 아들과 함께 그라운드에서
(서울=연합뉴스) 하남직 기자 = '국민타자'로 불리는 이승엽(41·삼성 라이온즈)이 오늘 영원한 전설 속으로 떠난다.
23년간 그라운드를 누비며 한국 야구사에 숱한 이정표를 수립한 이승엽이 이제 다시는 타석으로 돌아오지 않는다.
3일 대구 삼성 라이온즈 파크에서 열리는 넥센 히어로즈와 2017년 타이어뱅크 KBO리그 홈 경기가 끝나면, 그 모습을 볼 수 없다.
이승엽은 한국 야구가 낳은 최고 스타다. 팬들은 그를 '국민타자'로 불렸다.
이승엽은 그 자부심에 힘을 냈고, 부담감에 힘겨워했다.
그런 시간이 이제 역사의 뒤안길로 사라진다.
이승엽은 한국 야구의 역사다.
KBO리그에서 15시즌 동안 뛰며 통산 홈런 1위(465개), 타점 1위(1천495개), 득점 1위(1천353개), 2루타 1위(464개) 등 켜켜이 금자탑을 쌓았다.
일본에서 8년 동안 활약한 기록까지 포함하며 이승엽이 프로 무대에서 터뜨린 통산 홈런은 무려 624개나 된다.
한국 선수 중 누구도 넘볼 수 없는 엄청난 홈런을 친 이승엽이지만 때론 팬들의 기대에 가슴이 짓눌리기도 했다. 그래서 위기도 있었고, 좌절하기도 했다. 하지만 이승엽은 그때마다 다시 일어났다.
이승엽은 은퇴를 앞두고 "솔직히 힘든 날이 더 많다고 생각했다. 그런데 지나고 보니 행복한 날이 더 많았다"고 했다.
야구 팬이라면 좀처럼 잊을 수 없는 홈런포도 여러 개다.
2002년 LG 트윈스와 한국시리즈에서 6차전에서 6-9로 뒤진 9회 말 1사 1, 2루에서 이승엽은 기적 같은 동점 3점포를 터뜨렸다. 마해영의 끝내기 홈런포까지 나오면서 삼성이 한국시리즈에서 첫 우승을 차지하자 이승엽과 대구팬들은 울음바다를 이뤘다.
2008년 베이징올림픽 일본과 준결승전에서는 2-2 동점이던 8회 말 1사 1루 일본 마무리 이와세 히토키를 상대로 역전 결승 투런포를 쳐낸 뒤 이승엽은 짓눌린 부담에서 벗어나 눈물을 쏟았다.
이런 기억은 한국 야구팬들에게 '빛나는 역사'로 남았다.
영원할 것만 같던 '국민타자'도 이제는 떠나야 할 시간이 다가왔다. 그리고 그가 택한 마지막 모습은, 단호하고도 아름다웠다.
이승엽은 일찌감치 자신이 은퇴 시점을 정했다.
'2017시즌 뒤 은퇴'를 선언한 이승엽은 그에게 숱한 홈런을 두들겨 맞았던 9개 팀이 개최하는 은퇴 투어를 KBO리그 최초로 치렀다.
"한국 야구가 낳은 최고 스타 이승엽의 마지막을 특별하게 만들어야 한다"는 야구계의 중지가 모였고, 이승엽에게 걸맞은 대접이었다.
8월 11일 대전을 시작으로 9월 30일 잠실까지, 9개 구단은 방문 팀 이승엽을 위한 은퇴행사를 열었다.
이승엽은 "정말 긴 여정이었다"고 50일 가까이 치른 은퇴 투어를 되돌아봤다.
일본프로야구에서 뛴 8년을 포함해 23년의 프로생활을 돌아볼 때도 "내가 정말 오래 뛰었다는 걸 느낀다"고 했다.
이제 정말 마침표를 찍어야 할 때다.
최근 쇄골 통증으로 그라운드에 설 기회가 많지 않았던 이승엽은 "3일 은퇴경기만큼은 내가 주인공이 되고 싶다"고 했다.
그는 3일 넥센전 선발로 예정된 백정현에게 "마지막 경기는 꼭 이기고 싶다. 신경 써서 준비하라"고 뼈 있는 농담을 던지기도 했다.
이승엽은 특유의 호쾌한 스윙도 약속했다.
그는 "10월 3일 경기를 최상의 몸 상태로 치르고자 준비 중이다. (후반기에는) 배트 스피드가 떨어져서 배트를 짧게 쥐고 경기를 치렀는데 마지막 경기는 예전의 이승엽처럼 배트를 길게 쥐고 타격하겠다"고 말했다.
한국 야구를 대표하는 거포로 마지막을 장식하겠다는 의지다.
3일은 이승엽의 가족에게도 특별한 날이다. 이승엽은 "두 아들(은혁, 은준 군)에게 누구보다 강한 아버지의 모습을 보이고 싶다. 또한 아내(이송정 씨)가 처음으로 그라운드 안으로 들어와 시구한다"며 "마지막까지 최선을 다하는 가장이 되고 싶다"고 말했다.
이승엽은 은사들도 은퇴식에 초청했다.
10월 2일까지 이승엽은 KBO리그 1천905경기, 일본 포함 2천702경기(일본 797경기)에 나섰다.
그의 현역 생활은 한국프로야구 1천906번째 경기, 한·일통산 2천703경기로 끝이 난다.
3일 대구 넥센전은 한국에서 465홈런, 한·일통산 624홈런(일본 159홈런)을 친 '거포' 이승엽의 스윙을 볼 수 있는 마지막 기회다.
이승엽은 "마지막 안타만큼은 대구에서 치고 싶다. 홈런을 장담할 수는 없다"고 했다.
하지만 팬들은 그가 마지막 경기에서 홈런을 치지 못하더라도 '인생 2막'에서는 반드시 장쾌한 홈런을 터뜨릴 것으로 믿고 있다.
jiks79@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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