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테헤란=연합뉴스) 강훈상 특파원 = 이라크 쿠르드자치정부(KRG)는 지난달 25일(현지시간) 분리·독립 투표의 합법성을 인정하지 않은 미국 정부에 강하게 유감을 표시했다.
KRG 자치수반실은 1일(현지시간) 낸 보도자료에서 "미국이 KRG의 투표를 인정하지 않는다는 내용의 공식 성명에 큰 유감을 전달한다"고 밝혔다.
이어 "쿠르디스탄(KRG 자치지역)의 국민은 열정적이고 일관되게 미국을 지지했다"며 "특히 ISIS(이슬람국가의 옛이름), 사담 후세인과 맞서 (미국과) 함께 싸운 우리로서는 매우 실망하지 않을 수 없다"고 강조했다.
앞서 렉스 틸러슨 미 국무장관은 지난달 30일 낸 성명에서 KRG의 일방적인 독립투표와 그 결과는 합법성을 결여했다면서 미국인 이라크의 단합과 민주주의, 연방제를 지지한다고 못 박았다.
KRG의 군조직 페슈메르가는 2014년 이라크 서북부를 중심으로 세력을 급속히 확장하는 이슬람국가(IS)에 맞서 사분오열됐던 이라크 정부군을 대신해 유전지대 키르쿠크를 비롯한 이라크 북부를 사수했다.
이 과정에서 페슈메르가 대원 2천명이 사망한 것으로 추산된다.
미국 정부도 IS 격퇴전에서 페슈메르가의 역할을 높이 평가했고 무기와 군용 물품을 전폭적으로 지원했다.
이라크 쿠르드족은 1991년 걸프전과 2003년 미국의 이라크 침공 때도 미국 편에 서서 당시 사담 후세인 정권과 싸웠다.
1991년 걸프전을 계기로 이라크 쿠르드족은 북부 비행금지선을 기준으로 한 자치권을 획득했고, 2003년 이라크전 이후 제정된 2005년 신헌법을 통해 현재의 이라크 북부 3개 주에 이르는 자치지역을 확보했다.
KRG는 미국을 도와 피를 흘린 자신의 이런 역사적 배경을 거론하면서 미국의 '변심'을 지적한 셈이다.
KRG 자치수반실은 "전 세계에서 미국만은 독립을 향한 쿠르드족의 결단과 투명하고 평화로웠던 독립투표에 경의를 표해야 한다"면서 "조만간 미국이 우리의 입지를 재평가하고 진심으로 지지하길 바란다"고 말했다.
hskang@yna.co.kr
(끝)
<저작권자(c) 연합뉴스, 무단 전재-재배포 금지>
관련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