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비규환 속 이웃 구한 '영웅'도…온라인 모금 진행
(서울=연합뉴스) 김연숙 기자 = 일요일 오후 미국 네바다주 라스베이거스의 루트 91 하베스트 페스티벌의 무대 앞에서 빛나는 태양 아래 남녀가 어깨를 껴안고 환하게 웃고 있다.
페이스북에 올라온 이 사진 아래 친구의 댓글이 달렸다. "너희 둘 다 괜찮은 거지?"…그러나 대답은 없었다.
2일(현지시간) 미 지역 라디오 방송인 메스토뉴스에 따르면 사진 속 주인공 토니 부르디투스는 사진을 찍은 지 얼마 후 아내 데니즈를 잃었다.
토니는 "데니즈가 내 품에서 숨졌다"며 "두 아이의 엄마이자 곧 할머니가 될 예정이었고, 32년간 함께 산 아내를 잃었다"고 슬퍼했다.
전날 밤 라스베이거스 중심가인 스트립 지역에서 일어난 총격 사건으로 숨진 사람은 최소 59명. 2만2천여명이 가득 찬 콘서트장은 음악 대신 금세 비명으로 가득 찼다. 불시에 참변을 당한 희생자 중에는 토니처럼 안타까운 사연들이 적지 않다.
컨트리 음악의 엄청난 팬이었던 수전 스미스는 친구(53)가 좋아하는 음악을 찾아 콘서트장에 왔다가 변을 당했다.
초등학교 행정 관리자였던 스미스에 대해 그의 동료는 "아이들과 직원들에게 잘해주고 이곳 교육커뮤니티에 없어서는 안 될 존재였다"고 애도했다.
테네시주 출신 간호사 소니 멜튼은 사건 당시 아내 헤더와 함께 있었다. 헤더는 미 WSMV 방송에 남편이 자신의 목숨을 구했다고 말했다.
그는 NBC 방송과의 인터뷰에서 "남편이 등에 총을 맞았다고 느꼈을 때, 그는 내 손을 잡고 달렸다"고 말했다.
복사기 수리를 하는 조너선 스미스(30)는 형의 생일을 축하하기 위해 라스베이거스를 찾았다. 총성이 울리자 처음엔 폭죽이라고 생각하고 음악을 즐겼지만, 총성이 끊이지 않고 무대가 중단되고 불이 꺼지자 비로소 뭔가 잘못됐다는 걸 알았다.
그는 사람들 손을 붙잡아 주차장 쪽으로 이끌었고, 완전히 몸을 숨기지 못한 어린 소녀들을 데리고 오는 등 목 등에 총을 맞기 전까지 30명의 목숨을 구했다.
스미스의 사연은 트위터 등 온라인에서 '영웅'으로 불리며 빠르게 퍼져가고 있다. 그는 워싱턴포스트(WP)와의 인터뷰에서 "나는 그렇게 보지 않는다"며 "누군가 나를 위해 똑같이 하길 바랄 뿐이다. 누구도 컨트리 음악 축제에서 누구도 삶을 잃을 필요는 없다"고 말했다.
구사일생으로 살아난 사람도 있다.
알래스카에서 온 부동산 중개업자 롭 매킨토시(52)는 여러번 총알을 맞았지만, 목숨은 건졌다.
친구 마이크 밴시클은 "가족들과 전화를 끊자마자 몸에 총을 세 번이나 맞았다"며 "수술 후 회복 중"이라고 말했다.
온라인에서는 희생자와 그 가족을 위한 모금이 펼쳐지고 있다. 펀딩 플랫폼 중 하나인 고펀드미(GoFundMe)에는 이번 사고로 숨진 희생자의 남겨진 가족들을 위한 모금이 진행 중이며, 모금액은 빠르게 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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