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원 "구호 안 하고 가족에게 사실 숨겨 마지막 구조 가능성마저 배제"
(서울=연합뉴스) 송진원 기자 = 친형을 때려눕히고 방치해 숨지게 한 비정한 동생들이 법의 심판으로 죗값을 치르게 됐다.
9일 법조계에 따르면 서울고법 형사9부(함상훈 부장판사)는 상해치사·유기치사 혐의 등으로 기소된 A씨 형제에게 최근 1심과 마찬가지로 각각 징역 3년과 징역 7년을 선고했다.
5형제 중 셋째(52)와 넷째(46)인 이들은 큰 형과 둘째 형, 막냇동생과 한집에서 함께 살았다.
이들 두 형제는 둘째 형(57)이 평소 술을 마시면 같은 말을 반복하고 욕설을 하면서 시비를 거는 게 못마땅했다. 특히 넷째는 둘째 형과 자주 다퉜다.
사건이 발생한 지난 4월 초엔 때마침 다른 가족들이 외출하고 세 사람만 집에 남아 있었다.
넷째는 둘째 형이 술을 마신 뒤 셋째 형을 괴롭히는 모습을 보자 울컥 화가 치밀었다. 넷째는 집 마당에 있던 알루미늄 야구방망이를 들고 와 둘째 형의 허리와 머리를 수차례 때렸다.
이들은 둘째 형이 머리에서 피를 흘리자 방으로 옮겨다 놨다. 거실 바닥의 피는 닦아 놓았다.
다른 가족들이 돌아와 둘째 형이 왜 신음하는지를 물었지만 "술에 취해 머리가 아픈 것 같다"고 둘러댔다. 결국, 둘째는 그날 밤 두개골 골절 등으로 인한 심정지로 사망했다.
1심은 "피고인들은 피해자가 많은 피를 흘리며 쓰러졌는데도 구호조치를 하지 않았고 가족들이 귀가해 피해자가 왜 신음하느냐고 물었는데도 사실을 말하지 않아 피해자가 구조될 수 있는 마지막 가능성마저 배제했다"며 엄벌이 불가피하다고 지적했다.
가족들의 정신적 충격과 상실감, 맏형이 처벌을 원하는 점 등도 양형 사유로 고려됐다.
두 형제는 1심 형량이 무겁다며 항소했지만, 2심도 "새로운 양형 자료가 제출되지 않은 이상 원심의 형은 합리적"이라며 기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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