값 오르니 '기업형 수거꾼' 등장…더 팍팍해진 폐지 노인들

입력 2017-10-10 07: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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값 오르니 '기업형 수거꾼' 등장…더 팍팍해진 폐지 노인들

폐지 값 작년보다 50~100% 올라…"돈 된다" 너도나도 수거 나서 경쟁 치열

건물 소유주도 차량 동원해 수거…노인들 "밤늦게 주워도 벌이는 작년 절반"

(전국종합=연합뉴스) 김형우 기자 = 유례없는 열흘 추석 황금연휴를 제대로 쉬지도 못하고 밤거리를 헤매는 노인들이 있다.

박스나 골판지를 주워가며 생활하는 폐지 수거 노인들이다. 대부분 의지할 가족 없이 스스로 생계를 꾸려야 하는 처지라 추석 연휴를 즐기는 것은 사치다.

바닥을 기던 폐지 가격이 오르기 시작하면서 수거 경쟁이 치열해지면서 오히려 폐지 수거가 '직업'인 노인들의 처지가 더욱 곤궁해졌다. 밤늦도록 휴지통을 뒤져도 전과 같은 벌이를 하기가 어려워졌다.

지표상으로만 보면 우리나라는 2015년 기준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조사에서 65세 이상 고용률 최상위권을 자랑하는 노인 고용 대국이다.

문제는 노인 빈곤율이 시장소득 기준(1인 가구 포함) 63.3%를 차지, OECD 회원국 중 가장 높다는 것이다.

연금·복지제도 사각지대에 있는 노인들이 은퇴 후 먹고살기 위해 어쩔 수 없이 일자리에 뛰어드는 어두운 세태를 고스란히 보여준다. 이런 열악한 상황에서 변변한 일자리를 구할 수 없는 노인들은 생계유지를 위한 손쉬운 수단으로 폐지 수거를 선택한다.






2014년 경남 김해에서 폐지를 줍는 노인 199명을 상대로 김해시종합사회복지관과 생명나눔재단 등 5개 기관이 실태조사를 벌였더니 53.3%가 경제적인 이유로 폐지를 줍는다고 응답했다. 11.6%는 부양가족의 생활비를 마련을 위해서라고 답했다.

단순한 소일거리가 아니라 생계를 위한 '직업'으로 폐지를 줍는 셈이다.

손쉽기는 하지만 온종일 거리를 누비며 힘겹게 거둬들이고 먼 길을 운반해 벌어들이는 노동의 대가는 그리 신통치 않았다.

그나마 작년까지 하락세를 지속하던 폐지 가격이 올해 초부터 조금씩 오르는 것이 위안거리다.

한국환경공단의 9월 재활용가능자원가격조사에 따르면 폐신문지 가격은 1kg에 전남 155원, 충북 152원, 강원 149원 등 지역별로 차이는 있었지만 대부분 150원대 가격을 형성했다.

작년 9월에 폐신문지는 1㎏에 전남 99원, 충북 104원, 강원 76원 등이었던 것을 고려하면 약 50%가 상승했다.

폐 골판지 역시 지난달 기준 1㎏에 전남 152원(작년 9월·78원), 충북 147원(80원), 강원 143원(62원) 등 140원∼150원대를 기록, 작년 같은 기간보다 약 100% 이상 껑충 뛰어올랐다.

한국환경공단 관계자는 "신문지와 폐 골판지는 작년 제지업계가 매입 단가를 인상한 이후 줄곧 오름세를 이어가고 있다"고 말했다.






하지만 폐지 가격 상승이 오히려 폐지 수거 노인들의 생계를 위협하는 상황도 나타나고 있다.

폐지 가격이 오르면서 수거 경쟁이 더욱 치열해졌고, 경제적으로 어렵지 않은 사람들까지 뛰어들어 돈벌이에 나서고 있다. 차량을 동원해 대규모 수거에 나서는 '기업형'도 등장했다.

어설픈 손수레나 짐 운반용 소형 수레에 의존하는 노인들은 폐지 구하기가 갈수록 어려워지고 있다. 폐지 값이 올랐지만 방심했다가는 온종일 거리를 누벼도 예전만큼의 돈벌이도 어려운 상황이 됐다.

새벽부터 밤늦게 거리를 헤매지만, 수중에 쥐는 돈은 겨우 그렇게 많지 않다.

충북 제천에서 폐지를 줍는 70대 노인은 "폐지 가격이 올라 좋다고 생각했는데 폐지 줍는 사람들이 많아져 오히려 벌이가 신통치 않은 경우도 있다"며 "5∼6년 전에는 폐지 값도 비쌌고 폐지 경쟁도 심하지 않아 8시간 정도 수거하면 2만원 이상은 벌었는데 지금은 밤늦게까지 돌아다녀야 겨우 절반 정도 수준을 채울 수 있다"고 한숨을 내쉬었다.

제천의 한 자원관리업체 관계자는 "폐지 가격이 오르면서 건물도 가진 사람들까지 가세해 차량을 동원, 대대적으로 수거하는 사례도 있다"며 "수레를 끌고 다니는 노인들이 경쟁할 수 있겠느냐"고 말했다.

그러면서 "홀로 생계를 위해 거리에 내몰린 노인들이 밤늦게까지 폐지를 찾아 돌아다니는 모습을 보면 안타까운데 딱히 도와드릴 수도 없어 답답하다"고 말했다.

vodcast@yna.co.kr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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