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가비상사태'에서만 가능한 경찰 특별권한 상당수 일반법화…하원 의결
시민단체 "인권침해 소지 커…외국인·유색인종 차별 더 심해질 것" 반발
(파리=연합뉴스) 김용래 특파원 = 프랑스 정부가 경찰 등 수사기관의 대테러 수사 기능과 재량권을 대폭 확대한 법안이 의회에서 압도적 표차로 통과됐다.
프랑스 하원은 3일(현지시간) '국가비상사태'일 때에만 부여된 수사기관의 특별권한 일부를 영구화하는 등의 조처를 담은 대테러법 개정안을 찬성 415대 반대 127로 의결했다.
새 법안에는 경찰 등 대테러 수사기관이 테러 위험인물 파악을 위해 수학적 알고리즘을 이용해 전화통화나 이메일을 감청하는 것을 허용했다.
현재까지는 '국가비상사태'에서만 테러수사를 위한 광범위한 감청이 수사기관에 허용됐지만, 이를 일반법으로 전환해 상시로 가능케 한 것이다.
또한, 새 법에는 이슬람 극단주의 등에 경도돼 테러를 일으킬 위험이 있는 인물에 대해 법원의 승인 없이도 경찰이 가택 연금이나 가택 압수수색 등의 조치를 할 수 있도록 규정했다.
아울러 특정 종교시설이 테러를 선동하는 등 폭력적인 원리주의나 극단주의를 설파한다고 판단되면 수사기관이 구체적인 증거를 제시하지 않더라도 지방정부가 종교시설을 최장 6개월간 폐쇄할 수 있도록 했다.
테러 위험이 있다고 판단되는 공연장이나 경기장 등의 공공장소를 폐쇄할 수 있는 권리도 수사기관에 광범위하게 부여했다.
인권단체들은 그동안 정부의 대테러법 개정안이 인권침해 소지가 크다며 반발해왔지만, 프랑스 정부는 현재의 '국가비상사태'를 연장하는 체제로는 대테러 수사와 테러 방지에 한계가 있다며 법 개정을 밀어붙였다.
하원이 법안을 통과시키자 국제인권연맹 소속 에마뉘엘 다우드 변호사는 AFP통신에 "공공과 개인의 자유권을 유례가 없는 수준으로 악화시킨 조치"라고 비난했다.
새 대테러법 시행으로 흑인이나 아랍계 등 프랑스 사회의 유색·소수인종이 더 큰 차별에 직면하게 될 것이라는 우려도 커지고 있다.
인종차별 반대단체인 '에갈리테 나시오날'의 티에리 폴 발레트 대표는 일간 리베라시옹과 인터뷰에서 "외국인, 흑인, 북아프리카 출신들에게 특히 낙인효과가 클 것"이라고 주장했다.
프랑스 정부는 2015년 130명이 숨진 파리 연쇄 테러 발생 이후 일종의 계엄령인 '국가비상사태'를 선포한 뒤 현재까지 이를 계속 연장해왔다.
현재의 국가비상사태는 오는 11월 1일 종료되며, 이후에는 새 대테러법이 시행된다.
yonglae@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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