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바마 때 복원된 양국관계 경색 우려…쿠바 "정당치 못한 조치" 반발
(워싱턴=연합뉴스) 송수경 특파원 = 도널드 트럼프 미국 행정부는 3일(현지시간) 워싱턴 DC 주재 쿠바 외교관 15명에 대한 추방 조치를 취했다고 국무부가 밝혔다.
이번 결정은 국무부가 지난달 29일 청력 손상 등 잇따른 신체 이상 증상을 이유로 쿠바 수도 아바나 주재 자국 대사관 직원을 60% 축소한 데 따른 후속조치다.
국무부 관계자는 이날 기자들과 만나 이번 조치는 쿠바 정부가 아바나에 있는 자국 외교관들을 제대로 보호하지 못한 데 따른 것으로, 쿠바 정책의 변화를 의미하는 것은 아니라고 밝혔다.
이 관계자는 "쿠바와 외교적 관계는 유지하고 있다'고 말했다.
쿠바는 즉각 반발했다. 브루노 로드리게스 쿠바 외교부 장관은 기자회견을 열어 "이번 조치는 정당하지 못할 뿐만 아니라 근거 없고 수용할 수 없는 행위"라며 강력히 성토했다.
로드리게스 장관은 "미국은 이번 사건의 조사와 관련해 충분한 정보를 제공하지 않았다"며 "무책임하며 성급한 일방적 대응"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쿠바 정부는 외교관들에게 모든 의무를 이행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앞서 아바나 주재 미국 외교관들은 지난해부터 원인을 알 수 없는 이유로 뇌 손상과 청력손실, 메스꺼움, 두통, 이명 등 괴증상을 호소해왔다.
환자가 가족들을 포함해 21명 이상에 달한 가운데 일각에선 음파 공격 가능성이 제기됐으나, 쿠바 정부는 이를 부인해왔다.
이에 미 국무부는 지난달 29일 쿠바 아바나 주재 자국 대사관 인력을 60%가량 축소하고 쿠바 여행 주의보를 발령했으며 대사관에서 해오던 미국 입국 비자 업무도 무기한 중단했다.
미국 측의 이번 조치를 두고 버락 오바마 행정부 시절 조성됐던 양국의 해빙 무드가 다시 경색될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버락 오바마 행정부는 2015년 5월 쿠바를 테러지원국 명단에서 33년 만에 삭제한 데 이어 두 달 뒤인 7월 1961년 외교단절 이후 54년 만에 아바나에 미국 대사관 문을 열었다.
그러나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 6월 미국의 자금이 쿠바 군부로 흘러들어 가는 것을 막기 위해 군부 또는 정보당국과 연계된 기업과 미국인 사이의 금융거래를 금지하고 미국인의 쿠바 개별여행을 제한하는 등 제한적인 조처를 한 바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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