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연합뉴스) 권영전 기자 = '더도 말고 덜도 말고 한가위만 같아라'라는 추석 명절을 맞이했지만 도시 빈민과 장애인들은 고향에 가지 못하고 서울에 남았다.
이들은 합동 차례·공동 차례라는 이름으로 차례상을 차려놓고 가족·친지와 만나 조상을 찾아뵙지 못하는 마음을 달랬다.
4일 오전 서울 용산구 동자희망나눔센터에는 쪽방촌 주민들을 위한 공동 차례상이 차려졌다.
주민 50여명은 낡았지만 깨끗하게 단장한 옷을 입고 단출하지만 홍동백서(紅東白西)·조율이시(棗栗梨?) 순서대로 과일이며 한과며 고기가 놓인 차례상을 향해 차례로 절을 올렸다.
서울역 쪽방상담소 관계자는 "고향에 갈 수 있는 쪽방촌 주민들은 앞서 서울시에서 마련한 차편으로 고향에 내려갔다"며 "오늘 공동 차례를 지낸 분들은 고향에 갈 수 없었던 사람들"이라고 말했다.
일부 주민은 차례를 지낸 뒤 한 편 구석에서 가족·친지가 그리운 듯 눈물을 보이기도 했다.
이동권 보장을 위해 서초구 반포동 강남고속버스터미널 광장에서 농성을 벌이고 있는 장애인들도 합동 차례를 지냈다.
전국장애인차별철폐연대 소속 비장애인 활동가 20명과 휠체어를 탄 장애인 10여명은 농성장에서 차례를 지내며 고향에 못 가는 안타까움을 표현했다.
이들은 '교통약자이동편의증진법'이 제정됐는데도 여전히 장애인들은 고속버스, 프리미엄 버스 등을 이용할 수 없는 상황이라며 '장애인 이동권 보장을 위한 민관위원회'를 구성하라고 정부에 요구하고 있다.
정규직화 등을 요구하며 종로구 서울시교육청 앞에서 단식 농성을 벌이고 있는 전국학교비정규직연대회의는 이날 오후 4시 전국교육공무직본부 조합원 등과 함께 합동 차례를 지낸다.
세월호 참사 희생자 가족들인 4·16가족협의회는 이날 오후 4시 16분 종로구 광화문광장에서 시민들과 한가위 합동 차례를 지낼 계획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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