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국 곳곳 성묘·나들이 인파…귀경차량 몰린 오후 고속도로 '몸살'
(전주=연합뉴스) 한가위인 4일 고향은 모처럼 풍요롭고 활기찼다.
한자리에 모인 가족이 햇곡식으로 정성스레 차린 상에 둘러앉아 그간의 회포를 풀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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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진각과 독도에서는 실향민과 시민들이 합동 차례를 올리며 조상 음덕을 기렸다.
세월호가 거치된 목포신항에서 미수습자 가족들은 '슬픈 차례상'을 차렸다.
성묘객과 나들이객에 귀경 인파가 겹치면서 오후 들어 고속도로와 일부 주요 국도에서 지·정체가 빚어지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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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임진각·독도 합동 차례
이산가족 등 실향민 가족 300여 명은 이날 오전 경기도 파주 임진각에서 고향인 이북을 바라보며 합동 망향제를 지냈다.
조명균 통일부 장관도 이날 합동 제례를 하며 명절에 고향 땅을 밟지 못하는 이들의 아픔을 위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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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향민 가족들은 임진각 망배단 외에도 철책 근처에 돗자리를 펼치고 절을 올렸다.
이를 본 외국인 관광객들이 연신 카메라 셔터를 누르기도 했다.
개성이 고향인 실향민 이양일(71) 씨는 "어린 시절 친척들과 함께 월남했지만, 부모님만 북쪽에 남으셨다"며 "임진강을 건넌 뒤 사흘을 기다렸는데도 결국 부모님은 보이지 않았고, 그게 마지막이 됐다"며 말끝을 흐렸다.
독도경비대원들을 오전에 합동 차례를 지내고서 평소와 다름없이 초소 3곳에서 2시간씩 교대로 총을 들고 경계 근무를 섰다.
◇ 세월호 가족, 목포신항·광화문서 합동 차례
세월호 미수습자 가족들은 추석 명절인 4일에도 세월호가 거치된 목포신항을 떠나지 못했다.
세월호 참사 이후 4번째 추석을 맞는 가족들은 이곳에서 이른 아침부터 정성스럽게 차례상을 준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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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례상에는 아직 돌아오지 않은 미수습자 권재근씨·혁규군 부자, 단원고 남현철·박영인군, 양승진 교사가 좋아하던 음식들이 정성스럽게 올려졌다.
가족은 "차례를 지내지 않으려고 했지만, 뼛조각 하나라도 찾아주길 바라는 가족 마음을 하늘에 전달하고 싶었다"며 "이제 세월호 수색이 거의 끝나간다. 가족들을 모두 찾을 수 있다는 희망으로 수색이 끝날 때까지 세월호를 지키겠다"고 말했다.
세월호가 인양되고 반년 넘게 수색이 진행되면서 미수습자는 9명에서 5명으로 줄었다.
목포신항에는 전국에서 찾은 추모객의 발길이 이어지기도 했다.
세월호 참사 희생자 가족들의 모임인 4·16가족협의회는 세월호 참사 발생일을 기억하자는 의미로 오후 4시16분 종로구 광화문광장 세월호 농성장에서 시민들과 합동 차례를 지냈다.
한가위를 맞이하고도 고향에 갈 수 없는 형편의 도시빈민과 장애인, 노동자들도 합동 차례를 지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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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용산구 동자동 쪽방촌 주민들은 오전 10시 동자희망나눔센터에서 쪽방 상담소가 마련한 추석 공동 차례상 앞에서 조상을 향해 절을 올리는 것으로 명절의 아쉬움을 대신했다.
일부 주민은 차례를 지내고서 가족·친지가 그리운 듯 눈시울을 붉히기도 했다.
장애인들은 장애인들의 고속버스 이동권 보장을 요구하며 농성 중인 서초구 반포동 강남고속버스터미널 앞에서 합동 차례를 지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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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공원묘지·축제장 북적거려…제기 차고 영화 보고
12만 위의 국가 유공자가 안장된 국립대전현충원에는 이른 아침부터 성묘객들의 발길이 이어졌다.
이날 오후 3시 현재 3만5천여 명이 찾아 묘지를 단장하고 손수 준비해온 음식으로 차례를 올렸다.
충북 음성군 생극면의 대지공원묘원을 찾은 성묘객들도 꽃과 음식을 올리며 조상의 명복을 빌었다.
청주 목련공원에도 손에 음식을 든 성묘객 발길이 이어졌다. 이 공원은 납골당 5만여기, 분묘 6천300여기 수용 규모의 시립 공원묘지다.
수원시 수원시립연화장, 용인시 천주교용인공원묘원, 전주시 효자공원묘지 등에도 많은 성묘객이 몰려 입구 3∼4㎞ 앞부터 차량이 가다 서기를 반복했다.
광주 국립 5·18민주묘지와 영락공원 등에는 이른 아침부터 성묘객으로 붐비면서 차량 정체로 종일 몸살을 빚었다.
추석맞이 문화행사가 열린 부산 국립해양박물관에서는 한복을 입은 다이버가 물고기에게 먹이를 주는 피딩쇼가 열려 눈길을 끌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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윷놀이, 투호 놀이, 제기차기 등 전통놀이를 즐길 수 있는 체험의 장도 마련돼 가족 단위 방문객들이 이어졌다.
'한가위 좋을씨고' 행사가 한창인 용인 한국민속촌에는 민속 마을에 숨겨진 도깨비방망이를 찾는 이벤트인 '풍년 맞이 복 방망이 찾기'가 진행돼 가족 단위 방문객의 발길을 끌었다.
송편빚기, 민속놀이, 전래동화 체험 등도 함께 열렸다.
인근 에버랜드를 찾은 나들이객들은 '민속놀이 한마당' 축제에 참여해 투호와 제기차기 등 민속놀이 실력을 겨루고 기념품도 챙기며 즐겁게 지냈다.
수원과 성남 등의 실내 쇼핑몰과 영화관에도 도심서 여유를 즐기려는 인파가 몰렸다. 차례상을 물리는 오후부터는 일부 영화관 객석이 매진되기도 했다.
충남 금산군 인삼엑스포 광장 일원에서 열리고 있는 '금산 세계인삼엑스포'와 지난달 28일 충남 공주에서 개막한 제63회 백제문화제에도 관광객들의 발길이 이어졌다.
흐리고 곳에 따라 비가 내린 제주에는 4만7천여 명의 국내외 관광객들이 몰렸다.
성산 일출봉과 만장굴 등 유명 관광지를 돌아보고 제주시 구좌읍 김녕 해수욕장, 월정해수욕장 등 해안가에서 바닷물에 발을 담그거나 기념촬영 등을 하며 즐겁게 보냈다.
단풍이 물들기 시작한 한라산에는 6천 명의 등반객이 몰렸다.
◇ 귀경 시작… 무료 고속도로 '몸살'
성묘객과 이른 귀경 행렬이 겹쳐 전국 주요 도로와 고속도로는 극심한 정체를 보였다.
오후 3시 현재 영동고속도로 인천방면 여주∼호법 분기점 14㎞, 면온∼둔내 5㎞, 진부 부근 7㎞ 구간에서 가다 서기를 반복하고 있다.
중앙고속도로도 선평∼금대 2터널 부근 15㎞ 구간도 지·정체를 빚었다.
서울춘천고속도로는 서울방면으로 남춘천∼강촌 10㎞, 양양방면도 남양주∼가평휴게소 30㎞ 구간에서 차들이 제 속도를 내지 못하고 있다.
경부고속도로 서울 방향 언양∼경주 28㎞ 구간은 차들이 가다 서기를 반복하고 있다.
남해고속도로 부산 방향 함안휴게소∼함안2터널 19㎞, 남해고속도로 순천 방향 냉정분기점∼북창원 21㎞ 역시 답답한 흐름이다.
도로공사 관계자는 "성묘를 마치고 처가 등을 들르는 차량이 많아서 당일 교통은 특별히 귀성·귀경 방향 구분 없이 혼잡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이날 정체는 양방향 모두 오후 4∼5시께 절정을 이뤘다가 자정을 전후해서야 풀릴 것이라고 공사는 내다봤다.
다행히 바닷길과 하늘길은 원활했다.
제주공항에는 아침부터 귀경객이 몰리기 시작해 종일 북적거렸으나 기상 여건이 좋아 항공기들이 정상적으로 운항하며 여객 수송이 순조롭게 이뤄졌다.
인천에서는 12개 전체 여객선 항로 17척의 운항이 모두 정상적으로 이뤄져 섬으로 오가는 귀성·귀경길이 원활했다.
이날 오전에는 서해 먼바다에 발효 중인 풍랑주의보 때문에 백령·연평도행 여객선이 부두에서 발이 묶이기도 했지만, 낮 12시 풍랑주의보 해제와 함께 전 항로 운항이 정상화됐다.
(김호천 손형주 김선경 권영전 장덕종 권준우 김용태 권숙희 이재현 박주영 강종구 손대성 심규석 홍인철)
ichong@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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