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온라인서 홀대받는 한글고전…'훈민정음'조차 찾기 힘들어"

입력 2017-10-08 08:40   수정 2017-10-08 10:55

"온라인서 홀대받는 한글고전…'훈민정음'조차 찾기 힘들어"

임치균 교수·김인회 강사 인터뷰…"체계적 DB화 담당할 기관 필요"




(서울=연합뉴스) 박상현 기자 = "한글고전은 번역의 관점으로 접근해야 해요. 한글을 한글로 번역한다는 것이 말이 되느냐고 하겠지만, 조선시대 한글과 오늘날의 한글은 상당한 차이가 있습니다. 그런데 한글고전을 집중적으로 번역하는 기관도 없고, 일반인이 번역 자료를 찾기 너무나 힘든 것이 현실입니다."

고전소설을 전공한 임치균 한국학중앙연구원 교수는 김인회 단국대 강사와 함께 8일 연합뉴스 기자와 만나 한글고전의 체계적 번역과 관리의 필요성에 대해 역설했다.

두 사람은 한국인들 스스로 최고의 글자라고 자랑스러워하는 '한글'이 정작 온라인에서 홀대받고 있다고 지적했다.

우리가 평소 한글을 사용하고 있기 때문에 잘 인지하지 못하지만, 실제로 한글고전의 원문과 제대로 된 번역문을 인터넷에서 찾기는 굉장히 어렵다. 세종대왕이 한글 창제 목적과 제자(製字) 원리를 설명한 훈민정음만 하더라도 국립국어원에서 검색하려면 몇 단계를 거치고 회원 가입을 해야 한다. 별도의 누리집에서 번역문과 원문을 제공하고 키워드 검색도 가능한 조선왕조실록과는 천양지차다.

임 교수는 "세종은 어린 백성이 뜻을 펴라고 훈민정음을 창제했는데, 우리는 정작 선조들이 남긴 문화유산을 충분히 이용하지 못하고 있다"며 "한글고전 가운데는 현대 한글로 표기가 변형돼서 돌아다니는 글이 너무나 많다"고 안타까워했다.

예컨대 훈민정음 언해본에 나오는 유명한 구절인 '나랏말싸<ㅆ 아래 ·>미 듕귁에달아'조차 정확한 입력을 할 수 없는 경우가 허다하다. 지금은 사용하지 않는 자음인 쌍히읗(ㅎㅎ)과 반치음(△)도 전자문서에 넣기 힘들다. 훈민정음을 만들 당시 성조를 표시하기 위해 글자 옆에 찍은 방점을 표시하는 것은 불가능에 가까운 일이다.

김 강사는 "성조는 세종의 중요한 기획물로 훈민정음에서 중요한 부분을 차지하지만, 대부분의 온라인 자료에는 생략돼 있다"며 "설령 제대로 입력을 해도 프로그램 호환 문제로 깨져서 보일 때가 많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공학자와 인문학자가 힘을 합쳐 옛 한글을 포함한 모든 한글을 표현할 수 있는 유니코드를 제정했지만, 이 사실을 아는 사람은 거의 없다"고 덧붙였다.






한글고전 입력은 비단 훈민정음만의 문제는 아니다. 문자의 특성상 한글고전은 한문고전보다 까다로운 면이 있다. 한문고전에서 '꽃'에 대한 내용을 찾고자 할 때는 꽃 화(花)자를 입력하면 되지만, 한글고전에서는 '꽃'만으로는 충분한 용례를 얻을 수 없다. 꽃을 표기하는 방법이 '곳', '꼭', '꼿', '끗' 등 20여 가지에 달하기 때문이다.

"옛 한글은 단순히 단어를 많이 입력하는 것만으로는 한계가 있습니다. 전문 지식을 가진 학자들이 단어의 여러 이형태가 검색되도록 2차 가공을 해야 합니다. 그래야 진정한 한글 사전을 완성할 수 있습니다."

임 교수와 김 강사는 한글고전의 체계적 관리를 위해서는 무엇보다 학제간 연구가 선행돼야 한다고 주장했다. 왕이 입은 복식을 지칭하는 20음절짜리 단어를 명확하게 이해하려면 국어학은 물론 문학, 역사학, 복식사 연구자가 달라붙어야 한다는 것이다.

아울러 두 사람은 공신력 있는 국가기관이 한글고전 수집과 번역의 중심이 돼야 한다고 조언했다. 지금처럼 개인이 번역한 자료가 뿔뿔이 흩어져 있으면 일반인들은 접근과 활용에 어려움을 겪을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석보상절, 춘향전, 사미인곡 등 한글로 쓴 고전 대부분이 인터넷에서 정확하게 구현되지 못하는 상황을 언제까지 외면해야 할까요. 이미 젊은 사람들은 책이 아닌 인터넷에서 더 많은 정보를 접하고 있습니다. 일단 한글고전 번역을 총괄할 기관이 번역에 대한 상세하고 구체적인 기준이라도 만들어야 합니다."

psh59@yna.co.kr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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