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국제무역위 "삼성·LG세탁기로 美산업 심각한 피해" 판정(종합2보)

입력 2017-10-06 06:20   수정 2017-10-06 18:23

美국제무역위 "삼성·LG세탁기로 美산업 심각한 피해" 판정(종합2보)

"양사 세탁기 판매량 급증으로 美산업 생산 및 경쟁력 심각한 피해"

한국산 태양광 이어 트럼프 정부 들어 두번째…세이프가드 압박 고조

ITC, 19일 공청회 거쳐 구제방안 보고…트럼프가 내년초 최종 결정

삼성·LG 연간 1조원 세탁기 수출 타격 가능성



(워싱턴=연합뉴스) 강영두 특파원 = 미국 국제무역위원회(ITC)가 5일(현지시간) 삼성전자와 LG전자가 수출한 세탁기로 인해 자국산업이 심각한 피해를 보고 있다고 판정했다.

지난달 22일 한국산 태양광 패널에 이은 두 번째 산업피해 판정으로, 도널드 트럼프 정부의 한국에 대한 '세이프가드'(긴급수입제한조치) 압박 수위가 한층 높아졌다.

미 ITC는 이날 미국 가전업체 '월풀'이 삼성과 LG를 겨냥해 제기한 세이프가드 청원을 심사한 결과, 위원 4명의 만장일치로 "수입 세탁기의 판매량 급증으로 인해 국내 산업 생산과 경쟁력이 심각한 피해 혹은 심각한 피해 위협을 받고 있다"고 판정했다.

다만 ITC는 삼성과 LG가 미국에 수출하는 세탁기 중 '한국산' 제품은 한·미 자유무역협정(FTA)에 따라 향후 세이프가드 조치시 배제하도록 했다.

한미FTA(10조5항)는 미국이 글로벌 세이프가드 조치에 앞서 한국산 제품은 별도로 심사해 자국산업에 피해를 주지 않았을 경우 제외하도록 규정하고 있다.

그러나 LG의 경우 일부 수출 세탁기를 국내에서 만들고 있으나, 양사 모두 대부분을 베트남 등 해외공장에서 제조·수출하고 있어 '한국산 면제' 혜택은 크지 않은 것으로 보인다.

세이프가드는 덤핑과 같은 불공정 무역행위가 아니라도 특정 품목의 수입이 급증해 자국산업이 피해를 볼 경우 수입을 제한하는 조치다.

ITC의 이날 피해 판정이 곧바로 세이프가드 발동으로 이어지는 것은 아니며, 앞으로 청문회 등을 거쳐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최종적으로 결정한다.

그러나 트럼프 대통령은 미국 제조업 부활과 보호무역 기조를 일찌감치 천명한 만큼 세이프가드를 발동할 가능성이 작지 않다는 관측이 나온다.

이 경우 연간 1조 원이 넘는 삼성과 LG 세탁기의 미국 수출이 큰 타격을 받을 가능성도 있다.

월풀이 청원한 세이프가드 적용 대상은 삼성과 LG의 대형 가정용 세탁기이다.

이 제품의 미국 시장 점유율은 월풀(38%), 삼성(16%), LG(13%) 순이다. 삼성과 LG가 지난해 미국 시장에 수출한 대형 가정용 세탁기 규모는 총 10억 달러(약 1조1천400억 원)이다.

삼성과 LG는 한국과 중국, 태국, 베트남, 멕시코에서 세탁기를 생산해 미국에 수출하고 있는데, 월풀은 양사가 반덤핑 회피를 위해 중국 등으로 공장을 이전한 것이라며 세이프가드를 요청했다.

ITC는 이날 피해 판정에 따라 오는 19일 '구제조치(remedy)' 공청회를 개최하며, 내달 투표를 거쳐 구제조치의 방법과 수준을 결정한다.

구제조치로는 관세 부과 및 인상, 수입량 제한, 저율관세할당(TRQ·일정 물량에 대해서만 낮은 관세를 매기고 이를 초과하는 물량에는 높은 관세를 부과하는 제도) 등이 포함된다.

ITC는 이어 12월께 트럼프 대통령에게 구체적인 무역구제를 건의하며, 트럼프 대통령은 보고를 받은 후 60일 이내에 최종 결정을 한다. 이에 따라 최종 결론은 내년 초 나올 것으로 보인다.

우리 정부와 업계는 월풀의 청원 이후 의견서 제출과 공청회 참석 등을 통해 세이프가드를 막으려고 노력해왔다.

산업부와 외교부 등 관계부처는 지난달 7일 열린 ITC의 '피해'(injury) 공청회에서 월풀의 청원이 세이프가드 발동 요건에 해당하지 않는다고 주장했다.

삼성과 LG도 미국의 세탁기 산업이 심각한 피해를 보지 않았다며 월풀의 피해 주장은 근거가 없다고 주장했다.

미국 우선주의를 내세운 트럼프 정부 들어 ITC가 한국산 제품에 대한 세이프가드 요청 안건을 심의한 것은 이번이 두 번째다.

ITC는 지난달 22일 한국과 중국, 멕시코 등에서 수입된 태양광 패널이 자국산업에 심각한 피해를 초래했다고 판정했다. 미 태양광 패널 업체 '수니바'와 '솔라월'이 지난 5월 청원한 데 따른 것이다.

특히 이 결정은 미 의회에서 세이프가드 조치시 관련 일자리 손실을 우려하는 가운데서도 위원 4명의 만장일치로 나온 것이어서, 자국산업 보호를 위한 트럼프 정부의 움직임이 심상치 않다는 점을 여실히 드러냈다.

미 연방 상하원 의원 69명은 지난달 8일 ITC에 보낸 서한에서 "관세를 부과하면 캘리포니아주를 중심으로 내년에 태양광 일자리 8만8천 개가 사라질 수 있다"며 세이프가드 반대 입장을 밝혔다.

만약 트럼프 대통령이 내년 초 태양광 패널과 세탁기에 대한 세이프가드 구제조치를 받아들이기로 한다면, 2002년 조지 W. 부시 대통령이 한국산 등 수입 철강제품에 8~30% 관세를 부과한 이후 16년 만에 세이프가드가 부활하는 것이다.

k0279@yna.co.kr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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